다가오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세기말의 엄청난 경제난국은 움트던'문화'는 물론 기존의 문화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삶의 인프라'라 할 수있는 문화가 살기 어렵다고 해서 변두리나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은 분명 경계돼야 한다.정치·경제논리가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문화가 변두리로 밀려나는 가치관이 지양되지 않는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없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의 문화유산들만은 시공을 뛰어넘어 찬연하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대구시가 정부 수립 50주년을 맞아 향토를 빛낸 인물의 기념사업을 벌이고, 두류공원에 '인물 동산'(가칭)을 본격적으로 조성, 새로운 명소로 가꿔나가려는 움직임은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고 고무적이다. 경제난국의 와중에서도 정신문화의 가치를 환기시켜 우리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미 두류공원에는 91년에 백기만 시비, 95년에 이상화 동상, 96년에 이장희 시비와 현진건문학비 등 대구가 낳은 걸출한 문인들의 기념물이 건립돼 있다. 또한 97년에는 애국지사 박희광의 흉상이, 올해는 대구사범학생 독립운동 기념탑이 추가돼 대구시민들에게 자긍심을일깨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인물 동산' 조성에는 아쉬운 점들도 없지 않다. 94년 당초 이 공간은 '문화예술인동산'으로 조성 계획을 결정하고 정선된 기념물들을 순차적으로 건립해왔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서는 슬그머니 '조각 동산'으로, 최근에 다시 '인물 동산'(가칭)으로 이름이바뀌면서 그 성격이 크게 달라졌으며, 앞으로도 어떤 힘의 논리에 밀려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공간의 명칭이 굴절된 데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당초에는 문화·예술인들의 기념물들을 설치, 시민들의 정서를 함양하는 공간은 물론 전국적으로 특성이두드러지는 명소로 부각시킬 취지였으나 성격이 다른 기념물들을 설치하는 변화를 가져오면서 그 특징이 희석되고만 셈이다. 게다가 근년들어서는 각계의 기념물 건립 요구에 못이겨같은 장소에 모든 분야에 걸쳐 대구를 빛낸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격 변화를 가져오게된 것이다.
각계각층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기면서 대구를 빛내 널리 추앙받는 인물들의 기념물을 다양하게 건립하는 일은 환영하며,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동산'은 그대로 살리고,다른 기념물들은 다른 곳에 세우는 길도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특화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특성이 뚜렷한 명소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 마인드'는 멀리 바라보는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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