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에서 자진사퇴 권유를 받았을 때 참으로 기가 막혔다. 회사의 최고 기술자, 회사의중추라고 자부해온 나 아니었던가. 그런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니. 회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인정하기 싫었다. 사장을 만나 속시원히 얘기도 해보고 싶었고 보란듯이 박차고 나가 새 직장을 얻어 앙갚음도 하고 싶었다. 직장 동료들과 작별하며 웃는 얼굴로 태연한 척했지만 병석에 누워있는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천근만근 짓눌려오는듯 하고 뜨거운눈물이 자꾸만 눈앞을 가로 막았다.
꼭 1년전 무보험 음주운전자에게 교통사고를 당해 직장도 잃고 후유증으로 쉬고 있는 아내,큰딸 등록금과 둘째딸 입학등록금 걱정, 그리고 셋째, 막내 학비 등 아직 돈 들어갈 일이 태산인데 기약없는 실직자라니 참으로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앞날이었다.
93년 경영하던 회사 부도로 빚쟁이들에게 시달릴 때 차에 받쳐 죽어 보상금으로 처자식 생활비라도 마련하고픈 생각이 들었는데. 간신히 위기를 넘겼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시련의연속이라니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이대로 주저앉기엔 아직 젊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보내는 연민의 시선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내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지 모른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도 꽃은 피고 지진이 난 땅에도 샘물은 솟듯이 내일의 새날이 기다리고 있다. 이젠 마음 속에 잔잔한 평온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굶지않는 것에 감사하고 아이들이 건강하니 고맙고 재취업을 위한 새로운 배움이 감사하고실망스럽던 정부, 대기업, 은행이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한다니 희망을 갖게하고 높게만 보이던 관청의 태도가 공손해져 고맙고 그래도 양식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감동을 준다.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자. 요즘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내일에 대한 작은 희망과 소년 같은 설렘이 있다. 고개숙인 실직자들이여 무슨 말로 당신들의 처진 어깨를 일으켜세울 수 있겠소. 묵묵히 참고 기다립시다. 힘을 냅시다.
박종선씨(50)는 76년 경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90년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에 근무했으며 이후 개인업체에 근무하다 97년말 실직했습니다. 채용을 원하는 업체는053-752-4379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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