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화제-새얼학교 윤종우 교감선생님

효성여중 윤종우교사(54·대구시 남구 대명11동)는 낮엔 평교사지만 밤엔 '교감선생님'으로승진한다. 그것도 20년째.

대구시 남구 대명동 가톨릭 문화회관 지하 '새얼학교(교장 최홍길신부)', 이곳이 윤교사가밤마다 교감으로 '변신'하는 장소다. 20년전,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위해 장소를 내고 선생님들을 모아 야학을 열었던 곳.

그동안 교장선생님의 얼굴은 10번이 넘게 바뀌었고 자원봉사 교사들도 수백명은 거쳐갔다.오로지 변하지 않은 건 '교감'으로 출발해 아직도 '교감'인 윤교사 뿐. 그래서 이곳 출신 자원봉사 교사들은 윤교사를 새얼학교의 '지킴이'라 부른다.

"어려움도 많았어요. 부부가 찾아와 배우면서 2년과정도 채우지 않고 검정고시를 치르려하고 이를 말리는 교사들에게 오히려 화를 낼 때는 부아도 치밀더군요. 우리 야학은 배우고자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지 검정고시 학원이 아니거든요"

박봉에 쏟아 부은 돈도 적지않았다. 야학 운영을 위한 회비에다 교사들의 회식비도 윤교사차지. 그바람에 동갑내기 부인(배민자)에게 바가지도 많이 긁혔지만 그동안 잘 참아 준 부인이 있었기에 봉사하는 삶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윤교사는 자랑스레 말한다.

그런 윤교사 부부였기에 지난해 3월 로마 교황청에서 주는 봉사상인 '축복장'을 함께 받아이웃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학생 수도 줄고 교사를 하려는 사람도 예전만 못합니다. 20년전 시작할 때와 사회환경이달라졌으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요즘은 40~50대 아주머니들이 야학 학생의 주류예요. 앞으론늦게나마 글을 깨치려는 노년과 중년 여성위주로 프로그램을 개편하려고 합니다"새얼학교 출신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가 가장 기쁘다는 윤교사. 그동안 20여명이 대학에들어가 인사를 왔고 유명 회사에 취직한 학생도 여럿된다. 윤교사는 뒤늦게 공부하는 이들에게 보탬을 주기 위해 20년동안 장학금도 꼬박꼬박 모아 1천3백만원을 적립해뒀다."이 야학에 학생이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은 먼저 배울 기회를 가졌던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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