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할 일이 없음에 무기력해지는 남편을 보며 화가 나다가도 참을 수밖에 없는 나의마음. 그동안 너무도 열심히 살아왔기에 후회는 없건만 참으로 이해못할 가슴 답답한 현실이 나를 짓누른다.
당장 수입은 고사하고 자신을 버티게 해 주었던 직장이 없어진 지금 남편의 얼굴은 살이 빠진채 차츰 그을러가고 있다. 남들처럼 낚시나 등산같은 소일거리조차도 없이 완벽한 평범함속에 살아왔기에 그나마 넘치는 시간을 죽일 아무런 거리도 없는 내 남편.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빠듯한 나이. 쉰살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에 젊은 세대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을 느낀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시들어가는 자신을 거울로 보아야하는 나이에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아이 한둘이 보통인 시대에 우리 식구는 모두 6명이다. 딸만 넷인 이른바 딸부잣집. 막내가고3이지만 아직 한명도 출가하지 않은 형편이다. 언론을 통해 접하던 실직가정의 힘겨운 삶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닥친 것이다. 하루는 막내가 "학교에서 실직자녀 학비를 감면해준데"하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하지만 신청서는 내보지도 못했다. 반 아이들의 절반가량이 신청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정작 혜택을 받는 사람은 한명뿐이란다.
공연히 생색이나 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적 차원에서 정말 한명이라도 구제를 해야겠다는 안타까움의 발로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만큼 오십평생을 조심스레 살아왔건만 삶의 굴레는 더욱 힘겹게몸과 마음을 죄어오고 있다. 폭염속에도 공장과 막노동판에서 묵묵히 일해왔고 또 그런 삶을 감사하게만 여겨왔던 우리네 서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무엇이 그리도 못마땅해서 힘을 가진 윗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IMF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걸까.
줄담배만 피워대며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는 남편. 넓게만 보이던 남편의 등은 언제부턴가손바닥만큼 작아져 버렸다. 잠시나마 남편의 무능력을 탓했던 나를 돌아보며 내일 아침엔밝은 미소로 말을 건네리라.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에서 주부 조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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