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의 소중한 교훈

오래전 경주의 한 교회 장로님으로부터 지휘직을 제의받은적이 있다.

평범한 교회성가대의 지휘가 아니라, 경주 소재의 음성 나환자촌에 있는 교회의 지휘직이었다.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조금 망설였지만 곧 봉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처음 성가대원들과 대면하던날 환영하는 분위기와 뭔가 의심하는 시선이 동시에 느껴졌다.아마도 그곳에서 지휘하기에는 나의 학력과 정상인이라는 것이 부담스러웠던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에 아랑곳없이 성가대 지휘직을 제의받았을때의 기대감을 담아 열성을 다해봉사하였다. 그해 여름 성가대는 소록도와 그밖의 여러 나환자촌의 교회에 순회 찬양을 떠났다. 우리 성가대원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지만 목사님의 배려로 포근한 하룻밤을 보낼수 있었다.

순회찬양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저녁 경주 보문에 있는 식당에서 평가회를 하였는데 그곳주인이 우리 성가대원중 한명과 아주 절친한 사이여서 주인은 별로 상관치 않았지만 종업원들의 시선과 태도가 아주 불쾌하였다. 아마도 우리 대원들중 일부가 음성 나환자여서 그런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 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누구하나 불쾌한 내색을 보인 사람도 없었고 정상인들인 종업원들이 보이는 불친절을 가슴으로 온통 감싸 안으며 모두들 태연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그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받았던 고통에 대한 너그러움과 인내가 몸에 밴 탓이리라.

지금은 그곳에서 지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각박한 사회에서 그들의 너그러운 마음자세는내 삶에 아주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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