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추억여행

이십대에 자주 찾던 단골찻집을 사오십대가 된후에도 자신이 즐겨 앉던 바로 그자리에서꼭같은 바텐더의 접대를 받으며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 파리이다. 단지 눈에 띠게변한 것이라곤 그 바텐더의 주름살정도.

그곳 파리에서 몇년동안 생활하면서 프랑스친구로부터 20여년쯤된 파리 지도책을 얻은적이 있다. 나는 그것으로 작지만 복잡한 파리의 골목들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고 그것이오래된 지도라고 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그사람들에겐 오래된 지도축에도 들지 않지만).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년후 다시 그곳을 여행하게 되더라도 그지도는 여전히 유용하게사용되어지리라 확신한다.

어릴때 내가 살았던 대신동을 지나게돼 옛생각도 난김에 골목 안쪽들을 둘러보았다.하지만 대로변은 물론 작은 골목까지도 없어졌거나 완전히 변해버렸고 오직 남은 것이라곤낮은 지대나 언덕같은 어슴프레한 지형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내 개인적인 역사의장소(?)는 개발의 이름으로 증발해버렸다. 말그대로 내 마음속의 추억을 빌어야만 다시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여기에선 모든 템포가 빠르다. 사람들도 바쁘고 우리의 주변환경 변화들도 빠르다.한도시의 지도는 그 변화무쌍한 개발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젊은 연인들은 몇년안에그들이 연애하던 추억의 찻집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무튼 대한민국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나고 자란 생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젊은 시절자신의 역사가 깃든 곳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정녕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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