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욱이 아부지 45년 기다림 헛되지 않았네요

"아이 아버지가 무사 귀국했다는게 정말입니까? 꿈은 아니겠지요"

6.25 참전중 포로가 됐다가 45년만에 극적으로 탈출, 귀환한 장무환씨(72)의 부인 박순남씨(68.울진군 원남면 매화리 1079.사진).

지난 8월 북한을 탈출한 장씨를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극적으로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던박씨는 남편의 무사 귀국 소식에 청년시절 찍어 놓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씨가 탈북한 장씨와 결혼한 것은 18세때인 지난 49년. 그러나 단란한 결혼생활도 잠시. 남편 장씨는 6·25가 발발하자 첫돌도 지나지 않은 핏덩이 영욱씨(45.포항제철 스테인레스 2제강공장 크레인 운전기사)를 남겨 놓고 전쟁터로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 통지서가 날아들었던 것."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그러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소식이 없어 어쩔수 없이 현실로 받아 들였지요. 그러나 이제 이렇게 남편을 다시 만나게 되고 보니 재혼하라는 주위 친지분들의 성화를 뿌리치고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찾을 때 가장 가슴 아팠다는 박씨는 하나뿐인 자식을 키우기 위해 갸냘픈여자의 몸으로 대구의 방직공장, 안동의 연초공장 등 객지로 떠돌며 안해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핏덩이 아들이 성장,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미면서 다시 고향을 찾았고 5년전부터 산비탈 조그만 밭을 구입, 남편 비석을 세워 저승에서의 해후를 기다리며 꽃을 가꾸는 등봉양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아 왔다.

"정말 꿈만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여생 남편과 못다한 부부의 정을 나눠 가며 오손도손살겠습니다"

〈울진.黃利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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