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의 발' 대구 대중교통 '검은사슬'을 끊자

지난 5월 대구 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된 직후 대구시엔 민원이 수천건이나 쏟아져 들어왔다."한번 타던 버스를 두번 타야 해 교통비 부담이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선에 왜 비싼 좌석버스만 투입하느냐"는 등 시민들은 노선 개편에 거세게 항의했다. 시는 "지하철1호선 개통과 함께 시민편의를 위해 노선을 바꿨다"고 강변했으나 시민들은 "노선 개편이 버스업자들의 뱃속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나타냈다. 대구대 정성용교수(지역사회개발학과)는 "노선 개편으로 버스를 이용하기가 편리해진 측면도 있으나 승객들이 한번 탔던 버스를 2,3차례 타야 해버스비가 훨씬 많이 들어 비용면에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검찰수사에서 버스노선이 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개편된 까닭이 드러났다.노선을 최종 결정한 당시 대구시 교통국장,교통운영과장,교통운영1계장,담당 공무원이 조합으로부터 거액을 받았음이 확인된 것. 버스조합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온 이들 공무원들은 5월 노선 개편을 전후해선 평소보다 많은 액수의 돈을 조합으로부터 받았다. 돈을 받은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불편엔 아랑곳없이 버스업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노선을 개편할 수밖에 없는 것은당연한 일. 업자들을 위한 노선개편이다보니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 쏟아졌고,대구시는 노선 개편후 6개월만에 4차례나 노선을 뜯어고쳐 시내버스 노선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요금 문제에서도 대구시 공무원들은 업자들과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보여줬다. 지난해 8월 요금을 대폭 인상한데 이어 올 2월엔 경유가 상승을 앞세운 업자들의 요구에 밀려 요금을 일반 4백원→5백원, 좌석 8백50원→1천원으로 크게 올려줬다. 지난달 10일엔 버스조합이 일방적으로요금을 인상했는데도 대구시 공무원들은 신고제란 이유를 들어 업자들을 오히려 옹호했다. 시가업자들을 너무나 두둔하다보니 시의회에서 업자와 공무원과의 '밀약설'까지 제기할 정도였다.불법운행을 하다 적발된 버스회사들이 2억여원의 과태료를 체납한데 대해서도 대구시는 적극 징수에 나서지 않았다. 시민들로부터 불법운행 신고를 받은 공무원들은 청문절차를 통해 과징금을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버스노동자협의회 대구.경북지부 정영기사무국장은 "대구시 공무원들은 평소엔 과징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다 부과건수가 모자라거나 상부에서 건수가 할당될경우 과징금을 물렸다"고 귀띔했다. 공무원들이 버스회사의 불법운행 단속에 속수무책이다보니버스회사들은 결행, 도중회차 등을 일삼았고 애꿎은 시민들만 오지 않는 버스를 오랜시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대구시와 시민단체, 버스조합,버스노조는 CCTV설치, 표준장부제 도입,노사수입금 상호날인제를 시행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세가지만 시행되면 버스업계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대구시는 버스업계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CCTV테이프 및 표준장부 확인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버스마다 주행기록기(타코미터)를 달면 결행 등 버스 불법운행을 쉽게 단속할 수 있는데도 시는 타코미터를 다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버스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구시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민들을 위한 버스행정을 펴기를 바란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구시 공무원들을 시민들을 위한 '공복'이 아닌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半)업자'일뿐이라고 비판했다.〈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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