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크게 위축된 지역 문화체육계는 철저하게 뒷전에 밀려난 상태다. 나름대로 이쪽에 소양이 있다는 사람들조차 "문화체육도 여유가 있어야…"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라는 반응이 앞서는 형편이니 속사정이야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한해동안 각종 전시.공연무대는 한마디로 개점휴업상태다. 부도사태로 기업후원금은 아예 기대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고 대구시, 경북도가 매년 문화예술계에 지원해온 예산도 30%나 크게줄어드는등 거의 손발이 묶인 상태다. 일부 예술협회의 경우 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전기, 전화요금마저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한해동안 대구에서 열린 음악, 무용, 연극등 각종 공연횟수는 IMF이전에 비해 20~30%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경비조달이 힘든데다 기업후원이 거의 중단된 때문이다.예술인들의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은 공연준비에서부터 단박에 드러난다.
과거 화려하게 제작하던공연팸플릿의 경우 요즘엔 아예 만들지 않거나 만들더라도 약식으로 그치고 연주회후의 다과상도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환율급등으로 그동안 이따금씩 대구무대를 찾던 외국연주단체의 발길도뚝 끊겼다.
미술계의 경우 장기적인 경기침체라는 불안한 상황때문에 어느정도 구매력을 갖고 있는 컬렉터들이 작품구입을 꺼리는 바람에 작가들과 화랑들이 전례없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컬렉터들의 경우 경영난을 견디지못해 수십년동안 모아온 미술품을 화랑을 통해 헐값에 내놓고 있으나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많은 화랑들은 몇달동안 작품 한점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불황타개책으로 지역미술계사상 처음으로 지난 5월 봉산동 화랑가에서 경매제가 도입됐으나 낙찰률이 60%에도 못미쳐 상황호전을 기대했던 화랑들이 낭패감을 맛보기도 했다. 요즘은 작가들도 전시회가 곧 빚이라는 인식을 가질 정도. 80년대후반 거품경제때 "그림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는 한 화가의 한숨섞인 말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체육계의 사정은 문화예술계보다 더욱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을 정도로 어렵다. 먼저 대구시.경북도 체육예산이 20%가 넘게 대폭 줄어 훈련비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 전지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강화훈련조차 제대로 치르기 힘들 정도다. 더욱이 '팀 해체'라는 폭탄조치는 선수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갑작스런 조치에 많은 선수들이 소속감없이 방황하고 있는 실정.
국가대표급 선수를 여럿 보유한 보성 태권도팀을 비롯 대구종금 궁도팀, 청구 씨름단.볼링팀이 해체돼 선수들이 소속팀없이 개인훈련에 들어가는등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또 한일.주택은행 축구팀과 효성 여자배구팀등 각종 대회에 향토대표로 출전해온 재경실업팀도 15개나 해체됐다.
한편 경제사정이 이처럼 급박하다보니 그동안 기업인들이 맡아온 각 종목 협회장직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원금이지만 협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종목은그나마 사정이 낫다. 일부 종목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발생, 해당 종목에서는 '회장 모셔오기'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경우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향토체육의 기반이 파탄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체육계 인사들의 우려에서 문화체육계의 현실을 짚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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