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실업-진보단체 개입 지원창구마련 성과

IMF 격동이 휘몰아친 지역여성계는 10년간 힘들게 이뤄놓은 여성에 대한 평등조치와 인권문제가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사회의 약자로 치부되는 여성계가 걸어온 98년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지역여성계가 남긴 업적과 숙제를 동시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연말부로 퇴출을 당하고 나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몇푼 안되지만 장애아들을 돌보며 고정월급도 받고,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순식간에 쫓겨나니 팽돌겠더라구요. 파출부도 나가보고 했지만 이 나이에 오라는데도 없고, 다 쫓겨나는 마당이니 정말 죽겠더라구요"혼자몸으로 자녀를 키우는 이태선씨(51.달서구 신당동)는 IMF가 터지고 곧바로 일터에서 해직됐다. 야간당직을 없애면서 일자리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어디가서 하소연할데도 없이 맞은 날벼락이었다. 이태선씨 만이 아니다.

대구여성회 부설 실업극복여성지원센터(소장 김난경)가 파악한 여성실업자는 5만명여명으로 대구시가 발표한 2만5천명(7월말 현재)의 두배에 달한다.

올 한해 지역 여성계를 뜨겁게 달군 여성실업. 1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 여성단체에서는 실업여성에 대해 비교적 굼뜬 반응을 보였지만 진보여성계는 여성실업관련 기구를 속속 탄생시키면서 분야별 지원시스템이나 세미나를 열고, 정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대구여성회(회장 김은희)가 9월1일 '실업극복여성지원센터'(427-4577), 같은달 25일 함께하는 주부모임(회장 우정옥)이 '실직가정지원센터'(425-7701), 10월에 대구 여성의 전화가 '위기가정 지원센터'(475-8084)를 개설하면서 경제적.사회심리적 위기에 빠져든 실업여성들을 돕는데 발벗고 나섰다.

가장 뜨겁고 시급한 실업여성문제에 진보여성단체들이 적극 개입함으로써 가장 소외된 여성들이기댈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고, 시대적 요청에 발맞추는 능동적인 운동자세를 보였다.기구설립외에 대구여성회는 여성실업정책문제, 함께하는 주부모임은 50명으로 구성된 실업여성의료인지원단, 대구여성의 전화는 실직가족.실직자 집단상담 등으로 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들 3개 단체는 포항여성회와 마찬가지로 실업극복 국민운동본부의 지원을 받아 대구지역 6백50여 실업여성들에게 겨울나기 지원사업(쌀쿠퐁 증정)을 펴 가장 힘드는 여성들과 함께 하려는 적극성을 보였다.

대구YWCA 일하는 여성의 집이 여성실업자 쉼터를 개소했고, 대구동부여성문화회관과 역시 대구Y가 여성실업자 재취업과정을 선보였다. 대구여성발전회(공동대표 김화자.김성미)는 IMF 일년만에 지역여성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다룬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구지역 실업여성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돼있지않고, 저소득층 및 실직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제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대구인력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실업자정보, 특히 여성실업자정보를 여성단체들이 직접 뽑아볼수 있도록 개선시키는 과제도 남아있다.

대구대 박충선교수는 앞으로 우리 사회도 사회적 생산능력이 있는 20%가 모든 생산을 담당하고나머지 80%는 항상 실업을 끼고 사는 실업의 장기화, 보편화시대가 올 것이라며 실업문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고안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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