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8 문화계 명암(5)-문학

올 한해 지역 문학계는 거세게 몰아닥친 IMF 한파로 어느때보다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학단체들을 중심으로 문예지와 문학행사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역량을 확충하는 등 어려운가운데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였다.

대구문인협회는 '상화 문학의 밤' '상화 백일장' 등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대구문인 육필집을 발간하는 등 지역 문학의 발전과 문인들의 결속을 다졌다. 대구시인협회는 연말들어 문학적 이념이나 소집단을 아우르는 '대통합'을 시도, 지역 시단에 새바람을불어넣고 있다. 죽순문학회(회장 윤장근)는 '고 석우 이윤수선생 시비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업을 벌였다.

지역문인들의 활동무대를 제공해온 계간 '사람의 문학'은 신인들의 공간을 넓히는 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수용하고, 주간 체제 등 내부 조직을 개편 변신을 꾀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대구민족문학회는 지난 11월 '전국순회 시낭송회'를 열었으며, 문학인 사랑방 '글사랑'은 지난 10월 비정기 문학잡지 '글사랑'을 월간지로 개편해 알찬 내용을 담았고, '글사랑 시낭송회'를 통해문인 교류의 디딤돌 역할과 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서설시 동인과 나래시조문학회, 대구시인학교 등도 동인지 발간과 신인 발굴을 통해 지역문학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출판불황이 문학활동의 위축을 불러왔지만,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문인들의 창작열의는 지속됐다. 이기철. 이태수. 이하석. 이성복. 이동순. 송재학. 장옥관씨 등 중견시인들이 활발한 활동을펼쳤다.

이기철씨는 시집 '유리의 나날'과 평론집 '인간주의의 비평을 위하여'를, 이동순씨는 위인지학의자세를 강조한 평론집 '시정신을 찾아서'를 각각 출간했다. 이태수씨는 문예지를 통해 30여편의작품을 발표했고, 이하석씨는 일제 강점기 고향의 들풀같은 민초들의 삶을 그린 동화 '꽃의 이름을 묻다'를 내 화제를 모았다.

산문집 '연어' '관계' 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역출신 시인 안도현씨, 시집 '홀로서기' 이후장편소설 '오후 두시의 붓꽃'을 낸 서정윤씨 등의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젊은 세대로서는 80년대한국 현대사의 변혁기에 자기 정체성을 고민한 시집 '이 세상 아름다운 꽃밭이 될까'를 변준석씨와 '붉은 고추'로 대산문화재단 '98창작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정이랑씨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설의 경우 장편 '사랑아, 길을 묻는다' '불의 제전'을 낸 김원일씨, 장편 '홍어'를 낸 김주영씨,'뿌리와 날개' '나비넥타이'를 낸 이윤기씨, 대하 장편소설 '변경'을 완간한 이문열씨 등 서울에서활동하는 지역출신 작가들이 창작열의를 과시했다. 소설 '산비탈에서 사랑을'로 '제11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김원우씨, 집필활동에 여념이 없는 엄창석.박희섭.문형렬씨 등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펼쳤다.

동화작가 권정생씨는 투박한 사투리로 민초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 '한티재 하늘'을 냈으며, 시조시인 김일연씨는 두번째 시집 '서역 가는길'을, 여류 수필가 정혜옥씨는 수필집 '풍금소리'를각각 출간했다.

지역문단의 한 관계자는 "IMF영향으로 시집이나 작품집 발간 측면에서 예년보다 크게 뒤떨어진것이 아쉬운 점이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많아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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