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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욕망의 이파리들이 새어나가고 생선가시 같은 본질만 남아있는 가지들과 완강한 침묵같은몸통으로 적막한 겨울을 견뎌가는 겨울나무를 보면 마음이 시려진다.

영화 '타락천사'에 나오는, 잃어버릴 것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자에게 슬픔이란 무의미하다란중얼거림이 그 나무에게서 들려오는 것처럼. 슬픔마저도 무의미해져 보이는 겨울나무의 의연함은그 풍성했던 이파리들을 떨구고 나서야 비로소 보여지는 나무의 강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아닐는지. 고통의 용광로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본질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내 몸과 마음이 슬픔의 이파리들로 뒤죽박죽이었을때 나는 요가를 시작했다.

아무런 재미도 없고 힘만 드는 요가. 그러나 누구와의 내기도 필요없고 파트너도 필요없는, 다만고요히 빛을 내는 촛불 같은 운동. 아니 운동이라기보다는 내게 요가는 슬픔의 이파리들을 떨구어내는 수행이었다.

요가의 힘든 한 동작 한동작이 지나갈 때마다 내몸과 마음의 가시가 뽑혀지고 벽들이 허물어지고굳어있던 핏줄들이 따뜻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고통을 지불하면 요가는 내몸과 마음의 청소기처럼 내속의 모든 먼지들을 털어내 주었다.

고통은 공짜가 아니었다. 요가를 하고부터 뻑뻑하던 나의 생이 조금은 유연해졌다. 자신을 굽히고늘이는 고통의 대가일까.

날마다 요가를 하면서 나는 투명한 뼈의 길을 간다. 어느덧 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겨울나무에이를 것이다. 순간순간의 고통들은 그 나무에 이르는 징검다리일 뿐. 내가 그 나무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징검다리들은 버려질 것이다. 삶을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바꿔가는 것, 그것이 죽을때까지의 나의 숙제일 것이다.

김현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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