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정미씨 가정의 98년 한해

'환율에 민감한 주부' 윤정미씨(28·대구시 동구 신암동)에게 98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였다.

요즘은 남편 전봉규씨(29)와 9개월된 아들 종민이를 돌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마음의 여유라도생겼지만 지난 3월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

그 당시 IMF 한파속에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던 남편이 직장을 옮기기 위해 짧은 기간이지만백수생활을 한데다가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임신전부터 운영하던 가게 역시 경기불황으로 세가 나가지 않아 출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가게에 나가야 할 정도였다.

"엄마로서 해야할 일은 막막하고 산후 우울증까지 겹쳤죠.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어하고. 돌파구가보이지 않아 부부싸움도 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다행히 한달정도 지나 남편은 견실한 양말수출업체에 다시 취직이 됐다. 요즘은 일이 너무 많아밤늦게 퇴근하고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강행군이 계속될 정도. 종민이도 건강하게 자라줘 마음의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IMF만 아니었다면 가만 있지 않았을텐데 다들 '바쁜게 복'이라고 말해줘 다행이려니 하죠. 주위에 힘든 분들이 너무 많아 불평을 하기 힘들어요"

걱정이 아주 없을 수는 없는 일. 한동안 잘 나가던 양말수출이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겪기 시작했다. 덕분에 누구보다 환율관련 기사를 잘 챙기는 주부가 됐다. 그날 환율에 따라 남편의 심리상태를 점칠 정도.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게 새해 소원이에요. 초보엄마는 벗어났으니까 종민이도 더 잘 키워야죠. 남편이 아들과 많이 놀아주고 담배도 끊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주부들처럼 윤씨의 새해소망도 소박하기만 하다.

남편 전씨의 소망은 무역업체 직원답게 '환율이 최소한 1천3백원대를 유지하는 것'. 옹알이가 한창인 종민이의 소원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엄마, 아빠가 힘든 상황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리라.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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