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초롱한 눈망울과 환한 얼굴로 매일 나를 반기는 아이들이 있다.
이젠 점심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을 동안 교실밖 벤치에 힘없이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 중식지원을 받고 있는 수치심과 자존심 상한 모습, 또 절망감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엿볼수 없다.
처음엔 중식지원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감이 심해서 무척 애를 먹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노출되지않게 식사 장소와 식사 방법등을 정하는 일도 쉽진 않았다.
사춘기 여중생에게는 남에게 알려지고 공개된 중식지원이 수치심을 유발하기 쉽다. 그런데도 사회에서나 매스컴, 학교에서 너무나 크게 무슨 자선사업을 위해 선심을 베푸는 양 모금이나 각종행사를 요란스럽게 벌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소리없이 다가와 해맑은 새싹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선 학교에서 결식학생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로서, 제발 또 다른 상실의 아픔을 건드리지않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채우지 못한 것을 채울 수 있게 배려와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난해 2학기부터 조용히 중식지원을 하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사드린다면서 매일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따뜻한 도시락 9개를 정성껏 갖다 놓고는 도리어 고마워하시며 남에게 알려지기를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이다.
올해 우리학교는 통폐합으로 폐교가 된다. 하지만 통합되는 학교에서도 지난해처럼 계속 따뜻한도시락으로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을 채워 주시기 바란다.
김명숙(대구 남도여중 양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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