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태수씨 자물통입 왜 열었나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이 4일 경제청문회를 통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92년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함으로써 '자물통'입을 열게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97년 한보청문회 당시엔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불구, 그는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식의 답변으로 일관한 뒤 최근까지 그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진술배경과 관련, 심경변화설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이날 증언에서도 정씨는 "당선된 후에는 (김전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 "당시 이석채(李錫采)청와대경제수석이 한보 부도의 원흉"이라는등 YS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정권이 교체됐다는 상황도 뒷받침됐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청문회 위원들도 증언을 앞두고정씨 측근들을 만나 "이제 정권이 바뀐 만큼 가슴에 묻어둔 것을 털어버려라"는 등으로 설득했던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엄청난 정치적 파문을 몰고 올 YS 대선자금 공개를 단순히 심경 변화만으로 증언했다고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제기되는 게 여권과의 '빅딜'설이다. 여권이 증언을 조건으로 수감중인 정씨에게 신병과관련, 병보석 등의 약속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3.1절 특별가석방설도 나돌고 있다.정씨로부터 증언을 이끌어 낸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의원은 이같은 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의심을 살만한 흔적들은 곳곳에 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이 "지난달 29일 정씨를 만나 청문회에서 증언토록 설득한 적이 있다"며 "국민회의측에서도 여러 채널을 동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데서도 엿보인다. 정씨가 증언을앞두고 교도소에서 인근의 개인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나 이날 청문회장에서 여당의원들이 다른 증인들과는 확실하게 비교될 정도로 정씨에게 관대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의원 역시"정씨가 자세히 답변하면 여론도 좋아질 것이고 그러면 병보석 등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했다.

게다가 정씨는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 올랐던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전부총재와 김상현(金相鉉)고문에 대해선 액수가 부풀려졌다거나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식으로 해명, 사실상 면죄부를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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