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교수(有錢敎授) 무전강사(無錢講師). 교수가 되려면 실력 말고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뜻. 대학시간강사들 사이에 은밀히 통용되던 말이다.
최근 물의를 빚었던 안동대 교수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두 강사의 뒷이야기가 '돈을 주고 들어가서 그 만큼 받아내는 자리'로 잘못돼 버린 일부 교수 채용 뇌물사슬의 한 모습을 여실히 증언했다.
안동대 전자정보 산업학부 교수 채용 때 지원했다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1일 검찰에 구속된 계명대 강사 이모(43.대구)씨.
쥐꼬리 만한 박봉에도 시간강사를 10여년간이나 계속하면서 한눈 팔지 않고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오로지 국립대 교수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타 공인하는 컴퓨터 관련 음악 실력 덕분에 임용 대상자로 내정되기까지 하자, 그는 "꿈에도 그리던 국립대 교수 자리가 이제사 찾아오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막상 교수자리 앞에는 또하나의 '뇌물공여'라는 통과의례가 가로 놓여 있었다. 자폐증 어린 아들의 병원비 대기에도 힘겨웠던 이씨. 해당 학과 교수가 노골적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하자처음엔 망설였다. 그러나 집을 팔아 4천만원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유전 교수 무전 강사라는 말을 일부 낙오한 교수 지망생의 선술집 넋두리 정도로 여겼었습니다.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제 영영 물거품 돼버린 교수에의꿈을 접은 채 교도소로 향하던 이씨는 회한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같은 학과에 지원, 임용 대상자로 내정됐던 마산 창신전문대 전임강사 신모(35)씨도 마찬가지 케이스. 그도 공채에 지원을 하자말자 연구실적 전형자(교수)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았다.요구된 수천만원은 신씨 입장에선 엄두도 못낼 큰 돈. 감당키 어려워 교수의 꿈을 포기하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잖은 일. 외국 유학으로 사진영상 부문 박사학위까지 받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까왔다.
'모두 다 그렇게 한다'는 주위의 권고도 있었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꾼 1천만원을 전한 것은 너무도 끔찍한 파멸을 갖고 왔다.
임용 대상자로 내정되면서 뛸듯이 기뻐했던 늦깎이 교수 지망생 2명. 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몰아간 안동대 교수채용 비리 사건 이후, 대학사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어느때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수사회의 금품수수 관행은 물론 '00계보' '00고 출신' 등 사조직 중심으로우선 채용하는 폐단도 없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만 몰두하는 교수들이 늘어날 수 있고, 그 뒤에야 대학이 바로 설 것이라는 얘기였다.
〈안동.權東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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