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반신 잃은 이충기씨 시집 '사랑하는 사람에게'

16년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잃은 전직 교사 이충기(46)씨가 힘겨운 생활속에 피어나는 사랑과 생명의 불꽃을 담은 시집 '사랑하는 사람에게'(좋은날 미디어 펴냄)를 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이씨는 83년 초등학교 교사 시절 지하철 공사장을 지나다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하반신을 절단당한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과 두 팔의 검지와 엄지뿐이었다. 교사의 길을 택했던 그는 꿈을 접어둔채 피눈물나는 삶과의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에게 다가온 것은 시련와 아픔뿐이었다. 한평 남짓의 방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를돌봐주던 어머니가 암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동생 부부마저 이혼하는 등 집안은 풍비박산이나버렸다.

이런 그에게 어느날 뜻밖의 사랑이 손님처럼 다가왔다. 94년 한 월간지가 주최한 '오늘의 인간승리상' 수기 당선작을 보고 지금의 아내 박 안젤라(47)씨가 반려자가 되겠다며 찾아온 것이다.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녀의 접근을 이씨는 한사코 마다했다. 그녀의 가족이 완강히 반대한 것은 물론이다.

친구들조차 단순한 동정심 때문이라면 제발 그만두라며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그러나 그녀는 이씨의 곁에 남는 것을 운명으로 생각했다. 아내로서 함께 생활하며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었다. 이씨는 100편 가량의 시를 오직 사랑 하나로 자신을 돌보고 있는 아내에게 바치고 있다.

〈당신 앞에 서면/할 말을 잃어요/ /당신 곁에 서면/고개를 떨구어요 // 당신 뒤에 서면 /가슴이떨려요//당신 품에 안기면/겨우 숨만 쉬어요//당신 등에 업히면/눈물을 닦고 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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