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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어느 술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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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그래 당신이 인류 최고의 문화예술유산이라고 으스대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구? 뭐? 연극이 모든 예술형태의 어머니라고? 그래서 늘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계신다? 그래, 좋아. 나는 예술가는 아니고 애주가인데 말씀이야. 나 댁한테 오늘 몇 말씀 따져보려고 하는데 시간 좀 있지?

나두 당신네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는 관객, 아니 예비관객이야. 그러니 피할 생각 말라구. 자, 내 술 한잔 받으시구레.

먼저, 당신들 말이야. 예전에 그렇게 많았던 관객들을 어디로 내쫓았어? 뭐? 세월이 변했다구? 영화나 텔레비전에 다 빼앗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영국인가 어디선가는 지금도 한 작품으로 몇년씩이나 관객을 모으고 있다는데? 그럼 그 나라엔 영화나 텔레비전이 없단 말이야, 뭐야?

이봐, 예술가 양반. 사실 말이지만 지금 내 모양이 이래두 한땐 연극 구경 열심히 다녔다구. 그런데 요샌 왜 안 가는지 알아? 내가 보기엔 틀렸어.

자! 화부터 내지 말구 내 얘기 들어보라구. 요즈음 당신들은 전같지 않게 노력들을 안 해. 그리구 이것저것 핑계들이 많아. 연습들두 적당히 하고 또 돈이 없네, 시설이 나쁘네, 극장이 없네…. 이거 왜 이러시나? 뭐 셰익스피어는 극장이 훌륭해서 그런 좋은 작품들을 썼나? 또 유진 오닐은 부둣가 어구 창고를 개조한 보잘 것 없는 극장에서도 주옥같은 단막극을 발표했다는 건 나도 다 알고 있다구. 그러니 서툰 목수 연장 탓한다는 것하고 다를게 없지.

뭐? 술꾼 주제에 너무 난 척 한다구? 이거 쑥스럽구만…. 미안하외다. 자, 그럼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구레….

〈대구시립극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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