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정신나간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의 총본산'을 지향하며 78년 6월 개원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학계의 기대는 물론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출범했다.

한국문화의 정수를깊이 연구해 새로운 창조의 기반 삼기, 민족사관과 건전한 가치관의 정립,민족 중흥을 위한 국민 정신 드높이기, 미래지향적인 새문화 창조의 방향 탐구 등이 설립의 근본 취지였다.

그래서 당시 45억여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며, 프랑스의 '한림원'과 대만의 '중앙연구원'이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원 초기부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평범한 학술단체 정도의 활동에 머문다는 비판의 화살도 면치 못했다.

계속 그몸집이 커졌는데도 국민정신교육기관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연구는 뒷전인 '정치학교'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출범 10주년까지 10차례나 정관을 고친점만으로도 짐작이 가고 남는다. 말썽 많던 정신문화연구원이 최근에는 교육부 감사 결과 조직과 인사관리, 재산관리 등에서도 방만한 운영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실망감을 안겨준다.

교수 58명 중 무단결근 정도가 심한 3명을징계하고 43명을 경고.주의 조치했다. 최근 3년간 입시의 채점 착오가 18건이나 적발되고, 99년 박사과정 입시에는 오답을 정답으로 처리해 합격자가뒤바뀌었으며, 정원외 인원도 66명에 이른다.

뿐만이 아니다. 설립 목적에부합하는 연구 방향이 흐릿하고, 장기계획도 없이 개별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들을 방치하는 등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리급 인사의 원장 취임으로 손길이 미치지 않아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된 것 같다고 변명하지만 말도 안된다.

정신이나가버린 정신문화연구원이 정신차려 거듭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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