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을 방문하는 윌리엄 페리 대북(對北)정책조정관을 맞는 정부의 표정은 매우 착잡한듯 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에 대한 북.미협상이 곧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예상, 페리가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뒷받침할 것으로 믿어 왔다.
그러나 최근 페리가 자신의 저서인 '예방적 방위'를 통해 대북정책상 한미(韓美)간의 이견을 확인하고 있어 자칫하면 한미간의 대북정책 공조에 차질마저 예상되기 때문에 그를 맞이하는 정부로서는 입장이 긴장될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페리는 이번에 한.중.일 방문 일정을 마친후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페리보고서'를 작성할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저술한 '예방적 방위'에 우리가 주목케되는 것은 당연하다할 것이다. '예방적 방위'라는 책에서 페리는 김대중대통령과 대북문제 인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이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내는 포용정책을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이에비해 페리는 인내하고 기다리다가 자칫하면 북에게 미사일이나 핵 등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고 주장,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페리는 이번 방한기간중 북한이 포괄적 해결을 거부했을 경우 현재의 포용 정책을 버리고 인도적 식량 지원 중단과 북한의 고립 및 군사적 대응 방안등 단기적 대비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당국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 의견을 무시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 김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미국이 비판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국민에게 해명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감추려 들지말고'차제에 페리를 만나 그의 의견을 심도깊게 듣고 토론해서 유연성있는 대북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할 것이다.
냉전이 끝나지 않은 우리 현실을 미루어 볼때 언제까지나 북이 마음을 바꾸어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고 끌어안자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물론 북한에 대해 일일이 강경대응하자는 페리식(式)대응책도 북을 자극할수도 있다는 강경성때문에 대안(代案)으로서의 가능성보다는 미국의 안보논리로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페리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전향적으로 논의, 좀더 유연성 있는 대북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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