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회의·자민련 총재회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총재회담을 가진데 이어 18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청와대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전날 이총재와의 회담과는 달리 양측 발표문이 회담시작과 동시에 배포되는등 공동여당 총재의 의례적인 만남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김대통령과 박총재는 매주 한차례씩 주례회동을 갖는 사이여서 이날 회동은 한나라당과의 총재회담에 이은 '모양 갖추기'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이 마냥 형식적인 것 만은 아니다. 우선 김대통령과 박총재는 최근 내각제 문제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공동여당내의 갈등을 의식한듯 양당공조를 유난히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합의문에서 공동여당의 긴밀한 협조와 유대를 강조하고 정치개혁입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협의체 구성등에 일사천리로 합의했다.

이같은 김대통령과 박총재의 합의는 다분히 김종필(金鍾泌)총리와 자민련 주류측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 내각제 개헌과 관련해 자민련 내에서도 주류측과는 다소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박총재와 공조를 과시함으로써 자민련 주류측 공세를 다소 무력화시키려는 김대통령의 의도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여당으로서 국정운영 과정에서 정책혼선이나 당정간 이견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대목에서는 자칫 공동여당이 불협화음을 일으킬 경우 정국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대통령과 박총재는 또 자민련 충청권등이 미묘한 시선을 던지고 있는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해서도 무난하게 합의했다.

이외에도 이날 회동에서는 이번 총재회담의 형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온 박총재에 대한 김대통령의 달래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총재측은 이날 회동에 앞서 "무슨 말을 하기 보다 듣기만하겠다"며 회담 형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김대통령의 의사표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김대통령과 박총재간의 회담은 권력구조개편문제 등을 놓고 미묘하게 얽혀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여권 수뇌간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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