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사람 돕습니다-소녀가장 민주.선주 자매

"엄마, 아빠도 보구 싶구요. 친구들이랑 어울려 마음껏 놀고도 싶어요"75세의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녀가장 김민주(17.여.가명.대구시 동구 신암동), 선주(16.여.가명) 자매는 눈시울을 붉혔다.

단란했던 두 자매의 가정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 94년 6월. 아버지 김준석(40.가명)씨가 급성 복증에 걸려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 수술비와 치료비로 재산을 날리고 이듬해 8월 월세 8만원의 단칸방으로 이사오면서 내리쬐는 한여름 햇빛 만큼이나 고된 생활이 시작됐다.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노동이 어려운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 박미숙(39.가명)씨가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으나 95년 겨울 할머니마저 폐결핵으로 병원신세를 지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울다 지쳐 잠이 든 동생을 보며 나도 많이 울었어요. 동생과 함께 엄마 찾으려고 경찰서와 파출소에도 많이 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려 살아가는 두자매에게 95년 겨울은 너무 모질었다. 돈도 벌고 엄마도 찾아 오겠다며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버린 후 어른들조차 감당하지 못한 삶은 두자매의 몫이 되어 버렸다.

여상 3학년인 민주가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대고 있지만 방세 8만원도 감당하기 벅찬 형편. 올해 여상에 진학할 예정이었던 선주는 끝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취로사업에 나서는 할머니와 펼쳐보지도 못하고 방한켠에 밀쳐져 있는 선주의 책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는 민주. 동생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고 할머니 치료비 걱정하지 않는 단란한 가정을 다시 이루기를 소망하고 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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