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화물터미널 유치 경쟁-이경우(사회2부)

복합화물터미널 유치가 경상북도의 칠곡이냐 김천이냐를 두고 자치단체간 힘겨루기에 대구광역시까지 가세했다. 자치단체장을 앞장세운 지역 민심은 물론 출신 도의원, 지역 출신 국회의원까지 종목별 체급별로 전 선수들이 나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지난 96년 건설교통부가 지역별로 화물터미널을 추진키로 한 뒤 영남권의 입지로 김천이 결정됐을 때 지역 일각에서는 당시 정치권 실세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만사가 그러하듯 '100%'라거나 '전원 일치'라는 완벽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고 일리있는 결정이라고 수긍해온 터였다. 그런데 그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지가 아니다'고 지적되면서부터 지역 민심을 들끓게 만든 것이다.

처음 김천 아포읍이 적지라고 결정했던 용역기관(교통개발연구원)이 이번에는 이웃 칠곡 지천면을 적지라며 중간 조사 결과를 언론에 터뜨렸다. 이에 양쪽 자치단체가 건의서를 올리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중앙정치권을 동원하는 등 할 수 있는 전략은 죄다 펼쳐보이고 있다. 번복에 대해 김천은 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하며 정치권에 혐의를 두고 있다. 칠곡은 "늦었지만 합리적인 결정이 돼야 한다"며 당위성을 주장한다.

민자유치로 북구 검단동에 거대 물류단지를 조성하려는 대구시는 상공회의소 등을 앞세워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경북지역에 화물터미널이 건설되면 대구시의 종합물류단지 권역과 중복되며 사업자금 확보에도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대구와 경북의 동일경제권을 들어 대구시 유치를 주장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책사업인 영남권 화물터미널 입지선정은 가장 합리적이고 지역민이 납득 가능한 명분 아래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행여 정치권의 힘의 논리나 지역민들의 물리력이 입지를 선정해서는 두고두고 비난받는 정부가 될 것이다. 더더욱 자치단체간 유치 경쟁을 이유로 엉뚱한 결론이 내려져서는 안된다.

또 유치경쟁을 벌이는 자치단체들도 결국 우리 지역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하더라도 '이웃 논에 물이 넘치면 내 논으로 넘어온다'는 넓은 아량과 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역간 경쟁이 혹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감정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치단체간 경쟁은 '제로 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법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경북도청 이전이 결론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있음을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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