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부터 침탈해 들어오는 문화에 은연중 순치되어가는 일들이 현대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전통이란 왕왕 복잡하고 거추장 스럽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어렵지만 자연스러운 나의 것은 점점 사라지고, 쉽고 부자연스런 남의 것만 좇는 오늘의 감성현실을 걱정한다.
바야흐로 꽃들이 제철을 만났다. 산수유에다 복사꽃, 진달래, 살구꽃, 철쭉 등 우리의 산천에 봄을 알리는 화신이 들녘과 산등성이를 타고 도시의 아파트까지 봄내음과 함께 내닫고 덩달아 곳곳에 봄축제가 한창이다.
축제중에 유달리 눈에 많이 띄는것이 벚꽃축제. 진해군항제를 시작으로 남해벚꽃축제, 하동 화개장터벚꽃축제, 경주벚꽃축제 등 인근의 꽃축제가 전부 벚꽃이다.
봄날, 오목한 다섯장의 화사한 꽃잎이 찌들고 억눌린 가슴들을 활짝 펴게하는데 한 몫을 한다지만 막상 꽃이 지고나면 잎새가 특별히 개성있는것도 아니어서 실은 이게 벚나무인지 구별 조차 하기도 쉽지않다.
선조31년 이순신장군이 퇴각하는 왜선 400여 척을 무찌른 노량해전의 산 역사의 장 남해대교에서도 지금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끝까지 왜선을 추격하던 이순신장군이 장렬하게전사한 이곳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가 역사의 아이러니로 이해되는 현실이 어쩐지 안타깝다.
비단 남해대교 뿐 아니라 진해도 그렇고 천년고도 경주도 온통 벚꽃 밭이다.
지난 1908년 한국에 와 있던 프랑스신부가 한라산에서 처음으로 발견했고 이어 4년뒤에 독일인 식물학자에의해 세계에 정식학명이 등록된 왕벚나무는 이로써 우리나라가 일본국화의 자생지임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그래서 제주의 신예동것이 천연기념물 제156호, 봉개동것은 제159호, 해남 대둔산것이 제173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있지만 자생지도 없는 일본이 왕벚나무의 꽃을 나라 꽃으로 정해 놓은것에는 묘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변절 잘 하는 정치인을 사쿠라라고 말하는 우리들이 막상 벚꽃잔치에는 길이 막힐 정도라는 현실을 단순히 참을 수 없는 벚꽃 축제의 가벼움으로 넘겨버리기에는 한구석이 너무 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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