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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김원우(소설가·계명대 교수)

자기 나라만의 고유한 미풍, 짱짱한 역사, 특이한 문화 등을 지나치게 앞세우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정서적 반응 및 그 의식 일체를 국수주의라고 부른다. 나라마다 국수주의적 경향은 어떤 경우에라도 국민정서 전반에 암류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국수주의도 유별나며, 그 뿌리도 유독 깊다. 김치와 마늘에 대한 애착이라든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흠모열 같은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 국수주의가 우리 정서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그 대상이 일본일 때 특히나 그렇다. 가령 벚꽃이 일본국화인 사쿠라이므로 무조건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의 정서는 분명히 좀 지나치다.

우리 국토 곳곳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벚꽃 군락대들의 조성자가 설혹 일본인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우리 것이고, 그것을 일본인들 이상으로 즐기면서 그것에의 의미부여를 만들기에 따라 그 효용가치는 얼마든지 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원해 버리는 배타적 국수주의는 옹졸한 자세인 것이다.

더욱이나 우리의 산야마다에 피어나는 산벚나무를 보더라도 이른바 사쿠라의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학설은 설득력이 좋다.

요컨대 인스턴트 라면이나 자장면 같은 음식도 외래의 먹거리였으나 우리가 최근에 다양하게 개발함으로써 훌륭한 우리식품으로 정착시켰다.

물론 사람은 누구라도 자기 주관의 주구(走狗)다. 그렇긴 해도 지금 한창 활짝 피어난 '우리 벚꽃'의 자랑스러운 풍취에조차 국수주의적 취향을 들먹이는 행태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이다.

〈소설가·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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