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도둑놈-도둑님(변제우사회2부장)

절도전과 12범 옥살이 11년6개월 15세 교도소 입문.이승과 저승을 반반씩 넘나들며 17년 긴세월을 양상군자로 탕진한 전문 절도범 김강용.

그의 반평생 절도 일지중 단한장이 공개되면서 온통 나라전체가 벌집 쑤셔 놓은듯 시끄럽다.

김과 김이 침투한 대저택소유 고관들간에 승산없는 입씨름이 계속되더니 급기야 싸움 잘하는 정치꾼들이 끼어들어 대리 패싸움을 치르는 양상이다.

##나라전체가 입씨름

김을 두고 한켠에선 '의적' '대도'운운하며 해묵은 동지처럼 마구 치켜 세우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마약중독자로 매도, 김의 실체가 정치권 싸움에서 처절하게 찢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의 선언 저의가 무엇인가 이전에 국민정서 차원에서 정치권과 소위 가진 고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한 절도범의 도둑행각이 양심선언으로 미화돼 도둑은 제쳐놓고 도둑 맞은 사람이 여론도마에 올라 두둘겨 맞는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을 접한 저간의 보통사람들은 거액을 도둑 맞고도 신고조차 못하는 고관부유층의 말로만 듣던 거액, 구경도 못한 귀금속축재에 대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이 재물이 과연 피땀흘려 번 것이라면 도둑을 보고 재산회수도 필요없으니 나를 외면해 달라는 말이 나오겠느냐는 이야기다.

이것은 곧 신고하기 조차 껄끄러운 부정 재물이거나 그정도 재물이야 금방 복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권력 밑에 금력 있다는 말을 되뇌우며 도둑이 고와서가 아니라 가진자가 미워서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많다.

##돈잃고 망신당하고

천석군은 천가지 걱정이고 만석군은 만가지 걱정이라 했던가.

요즘 지체높은 꽤나 가진 사람들의 고민이 많을듯 싶다.

우선 전국을 무대로 절도행각을 벌인 김의 절도리스트에 내가 등재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게 하나.

또 꽃병이나 김치냉장고에 있는 현금까지 순식간에 챙기는 절도범을 피해 현금 갈무리를 어떻게 할것인가도 고민일것 같다.

그리고 도둑을 맞았을때 수사기관 소환에 대비, 가족끼리 말 맞추는 과정도 거쳐야 될것 아닌가.

지금은 IMF시대. 도처에 실업자요, 환란피해자들이 늘어서 있다.

단돈 몇천원 때문에 도둑이 되는 IMF 전과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진자들은 지금은 갈무리보다 잘 쓰는 쪽으로 눈을 돌려 봄직하다.

이것이 돈 잃고 망신당하는것 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최근 TV에서 양심 편지를 쓴 한 도둑이 '현대판 장발장'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지난 2월 서울 한 슈퍼에서 두부 2천원어치를 훔친 사람이 2개월이 지난뒤 훔친두부 값 2천원과 함께 편지 한통을 남겼다.

그 편지에는 "배가 고파 두부를 훔쳤습니다. 도둑이라는 부담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어요. 여기 두부값 2천원을 두고가니 용서해 주실수 있겠어요. 도둑놈 올림"

이 사연이 방영되고 한 시민은 그사람은 도둑놈이 아니라 '예쁜 도둑님'이에요 라는 편지를 뛰웠다고 한다.

##거짓말쟁이는 누군가

김은 의적도 대도도 아니다. 그의 편지가 양심선언문이라고 해서도 곤란하다.

항간에서 도는 김씨의 선언배경은 다음 몇가지로 종합된다.

첫째 김이 범죄 경력이 화려한 전문 도범인데다 마약까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곧 범죄자 심리로 여론 몰이를 통해 자기 범죄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대도 조세형을 흉내내 의적으로 미화하려는 소영웅적 심리가 이변 사태를 유발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다음으론 호사가들이 그러하듯 사건 만들기를 즐기는 왜곡된 심리가 이같은 시도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의 순수한 고발정신의 발로가 아니냐는 설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어쨌든 검찰은 김과 상대측이 어느한쪽이 허위 진술하고 있는것은 틀림없으니 우선 이것부터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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