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 뉴밀레니엄 시작을 불과 8개월 정도 앞두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역사가 기록된 이후 지구상에서 살아온 수백억의 인구 중 AD원년이나 999년에 살았던 사람들처럼 일천년의 대변환을 몸소 체험하는 행운을 안게 된다.
천년에 한 번 맞는 이 극적인 기회를 놓칠 새라 세계 각국에서는 저마다 특색 있는 상품과 지역특성을 내세우면서 소위 '밀레니엄 축제'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날짜변경선에 인접한 남태평양의 피지같은 나라는 2000년 첫 해맞이 행사를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프랑스는 파리 에펠탑을 이용한 대형 전광판을, 영국은 그리니치 천문대에 밀레니엄 돔을 건설중이고 미국은 뉴욕을 비롯한 각 도시별로 사상 최대의 빅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뒤늦게나마 밀레니엄 행사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미 지난 해부터 새천년 맞이 행사준비를 해오고 있다. 강원, 광주, 부산 등 전국 대부분의 시·도가 여러 가지 형태의 밀레니엄 상품을 준비중에 있지만, 우리 경북만큼 그리고 포항 영일만에 위치한 대보만큼 빼어난 조건을 두루 갖춘 '최상품'은 없을 것이다.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일(迎日)만은 그 이름값 그대로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해맞이의 지리적 대표성을 갖고 있는 곳이자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가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는 곳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영일만의 일출은 해맞이의 명소로 알려진 강원도 정동진이나 서귀포 일출봉보다 실제로 6분내지 8분이나 빠르다. 더구나 영일만에는 '호랑이꼬리'로 애칭되는 대보면 호미곶(虎尾串)이 소재하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가 연해주를 할퀴고 있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한 육당 최남선의 글이나,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글에 '호랑이 꼬리'라고 기술되고 있는 호미곶이야말로 역사적인 명소로 개발·보전되기에 충분하다. 서울대 오창영 교수는, 호랑이는 질주할 때의 스피드 조절, 균형감각, 지휘의 기능을 모두 꼬리로 한다고 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여, 새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나라의 국운이야말로 호미곶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러한 호미곶의 역사성과 지리성을 살려서 이미 경북도에서는 새천년 해맞이 축제와 뉴밀레니엄 테마파크 조성을 준비 중에 있다. 연안 여객선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선착장과 포항대종, 밀레니엄 카운트다운 모래시계 설치와 5월부터 희망의 해맞이 관광열차운행, 여기다가 2004년까지는 새천년 해맞이타워를 비롯한 통일관, 동서화합관, 해양수족관, 놀이동산도 건립할 예정이다.
불과 2, 3년 후인 2002년에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뚫리게 되어 대구 손님들이 사오십분 거리의 포항으로 점심시간에 동해 푸른 바다에서 갓잡아 올린 싱싱한 회를 먹으러 오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 계획되고 있는 포항~군산간의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일출의 장엄함은 영일만에서, 일몰의 황홀함은 군산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영일만 뉴밀레니엄 행사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하나가 되어 국가적인 지원하에 치밀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새천년을 맞아 '문화의 시대'개막을 선언한 이의근 경북지사의 도정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진 이 행사가 온 국민은 물론 동서가 하나로 화합하는 범정부적인 밀레니엄 행사가 되기를 바라며, 여기에 우리 대구·경북인 뿐만아니라 정부차원의 성원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2000년 1월 1일 새벽, 동해를 가르며 찬란하게 솟아오를 한반도 새천년의 첫 태양을 맞이하는 기쁨과 감격을 호랑이 꼬리, 포항 호미곶에서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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