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무슨 낯으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지난 6일 대구지방법원의 한 재판정. 오른쪽 팔목이 없는 한 동남아인이 변론을 맡았던 목사를 부여안고 나직이 흐느끼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시라쥴 호크(34)씨는 이날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코리아 드림'을 찾아 경북 구미시의 기계업체 ㄷ산업에서 일하던 시라쥴씨는 지난 97년5월 안전장치도 없는 프레스에 오른손 팔목을 절단 당했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시라쥴씨는 사장 여모씨로부터 '근로복지공단에서 나오는 산업재해보상금으로 처리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나마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회사가 부도나자 사장 여씨는 직원들의 체불임금과 함께 시라쥴씨 명의의 통장에 입금돼있던 산재보상금 3천200만원을 갖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날벼락을 맞은 시라쥴씨는 이후 대구 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도움을 얻어 산업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 의뢰비가 없어 상담소의 목사를 변호인으로 두고 근로복지공단측이 '사장이 임의로 개설한 통장에 보상금을 입금했으며 시라쥴씨는 재해보상금이 나왔는지조차 몰랐다'는 점을 내세워 6차례나 심리를 거쳤으나 이날 결국 패소하기에 이른 것.
현재 상담소 쉼터에 의탁하고있는 시라쥴씨는 고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부인과 네 자녀에게 사고 소식도 전하지 못한채 가족들을 그리며 안타까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상담소에서 용돈 명목으로 나오는 10만원 중 7만원을 송금하며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을 달래고 있으나 여비가 없어 돌아갈 수도 없다.
시라쥴씨는 "도피 중인 사장이 보상금 중 일부라도 돌려주기 바란다. 아니면 우리 가족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인' 사장의 양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을 뿐이다. 연락처 (053)257-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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