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국무총리의 휴일골프

휴일인 25일 서울 지하철노조 등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확산기미를 보이자 정부 측은 물론 국민회의.한나라당 등 여야 정치권이 '충돌없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노.정 대립의 중심부에 있는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휴일 일정은 국정의 총괄책임자인 국무총리의 자세는 아니었다. 26일의 복귀 시한을 앞둔 서울 지하철노조의 파업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민회의와 야당인 한나라당은 각각 김영배 총재권한대행과 이회창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같은 시각, 김총리는 울산에 내려가 이 지역 출신인 자민련 차수명 의원과 국민회의 장영철 의원 등 두 여당의 정책위의장, 심완구 울산시장 등 지역기관장 20여명과 골프채를 휘둘렀다.

사실 김총리는 무르익고 있는 봄과 함께 재개된 정치권의 '골프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주말마다 김총리는 총리실에는 알 필요없다고 해 놓고 정치권 인사들과 골프장에서 만나고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공직자의 골프 금지령'을 내린 시절에도 주말에 골프를 치면서 그 금지령을 푼 장본인이다.김총리의 골프는 정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골프 이상의 것인 셈이다.

그는 이번 주말에도 제주를 방문, 지역 기관장들과 필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주말 골프모임으로 지방을 자주 방문하는 것은 내각제 개헌과 내년 총선을 위해 현지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하고 있다.

총리의 주말과 휴일의 개인적인 일정은 존중돼야 하고 또 골프를 친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격화되면서 '제2의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 재계 모두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시각, 총리가 한가롭게 내년을 겨냥한 골프장 민심 나들이에 나선 것은 국민들의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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