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의 딸 K가 부모님께 편지를 보내왔다.
'전략. 존경하는 부모님! 지금부터 30년전 셋방에서 시작하여 재산을 모으기까지 부모님께서 겪으신 고생이 남달랐다는 사실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당돌하지만 철이 들면서 저는 부모님께서 힘들여 모은 재산을 무슨 보상이라도 받듯이 잘 못 쓰는 것 같아 부끄럽게 생각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집에 드나드는 파출부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고, 큰 승용차가 저를 압박하는 것만 같았으며, 그렇게 사는 우리집의 모습이 부끄러워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르셨겠지요.
사랑하는 부모님! 이제라도 소비를 3분의 1로 줄이시어 어려운 이웃들을 저를 돌보듯이 돌보아 주세요. 부모님께서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뵙기엔 아직 아니다 라고 생각되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후략'편지지 석장을 안팎으로 빼곡하게 메운 딸의 편지를 읽으면서 친구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삶의 때가 묻지 않은 맑고 애틋한 25세의 친구 딸애가 쓴 편지를 우리는 대다수 젊은이들의 소리로 들어야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K처럼 반듯한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외환의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세간에는 해외여행과 호화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걱정들을 한다. 그런데 그 걱정스러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른들이면서 어른들은 지금도 젊은이들을 탓하기 십상이다.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은 지금 당신 자녀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에게 '나를 본받으라'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적어도 자녀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부모가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말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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