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내각제 논쟁이 DJP가 내각제 논의를 유보한지 20일도 안돼 재론되면서 청와대와 각 당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정길청와대 정무수석의 '큰틀의 정계개편'발언으로 촉발된 내각제 논쟁은 한나라당 신경식사무총장이 24일 "내각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이회창총재의 뜻"이라고 밝히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김수석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몸이 단 쪽은 청와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내각제 논쟁을 촉발한 김수석에게 "정치, 경제개혁에 전념해야 할 때에 여권 내에서 일련의 발언이 나온 것은 유감"이라며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했다. 또한 공동여당 내 입조심까지 거론해 자민련 김용환수석부총재도 함께 겨냥했다.
국민회의는 내각제 논쟁에 한나라당까지 가세하는 형국을 보이자 두 여당 균열을 노린 이간책이라고 보면서도 공식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공동여당이 수뇌부의 함구령을 어기고 여당 내부에서 내각제 문제를 재론한 마당에 한나라당이 한마디한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경우 긁어서 부스럼 만드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균환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다음 달이 시한인 정치개혁 입법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이 두 여당 간의 공조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자민련은 일단 청와대와 국민회의를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 양당 수뇌부의 함구령으로 고민에 빠졌던 자민련은 청와대 김수석이 논쟁을 촉발시켜 준데다 한나라당까지 거들고 나오자 이 기회에 내각제를 고리로 한나라당과의 동맹을 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용환부총재가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들과 개별접촉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민련 쪽도 청와대 쪽 눈치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여당 수뇌부 간의 함구령 약속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다 섣불리 행동할 경우 자민련 쪽에 '약속 파기'의 불똥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두 여당을 들쑤셔 놓은 한나라당은 느긋한 표정이다. 내각제 검토 발언을 한 신총장은 25일 즉각 "대통령제 당론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하는 등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회창총재 쪽은 신총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당내외를 겨냥한 두마리 토끼잡기가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신총장 발언으로 두 여당이 부산을 떨면서 공동여당 틈새 벌리기가 성공을 거둔데다 당내 비주류도 견제했다고 보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총재가 내각제 문제에서 종속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대내적으로는 자민련과 접촉하고 있는 김윤환, 이한동의원 등 비주류 측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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