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스몰 콤플렉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최대의 화두는 성장주의인 것 같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면서 짧은 시간안에 최대의 성장을 이루려는 노력 그 자체는 그리 탓할 바 아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을 놓치면서 진행돼 온 데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형중심 심리. 이렇게 된 배경에는 우리 심성안에 '스몰 콤플렉스(Small complex)'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토가 좁은데다 분단돼 있고,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그런지 작은 것을 감추고 나아가 큰 것을 무조건 선호하는 심리가 있다. 건물을 지어도 동양 최대니 세계 몇째니 하며 자랑하고, ~대교, ~대로 등의 대(大)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누가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하면 바로 '몇 평이냐'라고 묻는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회이름 중 가장 흔한 것이 ~제일교회, ~중앙교회니 하는 것이다. 목회자끼리도 교회가 크면 소위 말발이 서고, 교회가 작으면 주눅드는 것이 현실이다. 작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러한 문화는 '카인 콤플렉스'로 이어진다. 카인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동생 아벨에 대한 신의 사랑을 시기해 동생을 살해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우리 속담에 해당되는 카인 콤플렉스는 스몰 콤플렉스의 한 측면이다. 남보다 못하고 작아지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은 심리이다.

한국인의 체면문화에 '3체병'이 있다고 한다. 못났으면서 잘난 체, 없으면서 있는 체,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스몰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 서구사회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작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맹목적으로 크고 작음에 매달리는 것 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 크고 작음을 떠나서 자기 삶에 대한 결코 거만하지 않은 자긍심과 진지함을 가질 때 이 망국적인 스몰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밀레니엄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네의 대형중심 심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돼야함을 요청받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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