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 16세기무렵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행해진 최대축제가 고양이 화형식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성의 잔인한 일면을 말해준다.
12~24마리의 고양이를 산채로 불태우는 의식에 온 시민이 몰려들어 축제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왕이나 왕세자가 불을 붙이고 고통에 겨운 고양이의 울부짖음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는 것이다.
코소보 전쟁을 보고 있으면 새삼 이같은 인간의 잔인성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전선에서 군인들끼리 맞붙어 싸우는 것보다 무고한 양민들을 마구 살상하는 모습은 강자와 권력자들이 현대판 고양이 화형축제를 즐기는 것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명색이 문명국가들이라지만 유고측에 의해 코소보지역의 무고한 알바나계 주민들을 짐승처럼 도륙하는 광경이나 NATO측이 비록 오폭(誤爆)이라하나 비무장 양민들을 여섯차례나 처참하게 죽게한 것은 분명 반문명적이다.
유고의 코소보인종청소를 빌미로 한 미국과 NATO의 유고공습이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에 참사를 가져옴으로써 세계는 짙은 전쟁의 그림자에 휩싸여 긴장속에 숨을 죽이고 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중국국민들은 일전불사(一戰不謝)의 분노를 터뜨리고 있어 사태가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중국당국은 미국이 실수라 변명하지만 고의적 습격이라 주장한다. 유엔안보리가 열리고 있으나 미·중간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코소보의 불똥이 미·중간의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남북문제도 어려워지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 4자회담의 당사자가 남·북외에 바로 미국과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중간 긴장의 파고가 한반도에 불안요인을 가중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6·25전화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전쟁에 의한 국제문제의 해결은 인류의 야만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코소보사태의 확대를 경계하며 우리 정부의 대비 노력도 있어야겠다.
〈홍종흠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