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코 만지는 정치인

인간의 코와 역사를 풍자한 말로 흔히 클레오파트라를 곧잘 들먹이곤 한다. 파스칼이 일갈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약간만 낮았던들 세계사는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가 그것이다.

'절세미인이었던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아 시저의 눈에 띄지만 않았더라면'이라는 전제 아래 주로 정치인들이 정치나 세계사를 얘기할때 인용하는 단골메뉴. 그러나 그 말도 성형학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원래 미인의 코높이는 우리 개념으로 복코에 해당되는 서양인의 뾰족한 것도, 동양인의 동글납작한 것도 아닌 그 중간치라는 것. 그래서 서양여인들은 우리와 반대로 미인성형을 할때 코높이를 낮추는게 최근 경향이라고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요즘의 미인 개념으로 추정해보면 경국지색(傾國之色) 정도였지 경세지색(傾世之色)은 아니었다는 결론. 그런 그녀의 코를 약간 낮췄으면 그야말로 세계를 좌지우지 했을 정도의 경세지색이 됐을 것이란 반론도 그를듯 하다.

우리의 관상학적으로 코는 그사람의 재복(財福)을 주로 운위하는 경향인데 미국의 한 연구소에선 거짓말하면 코가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섹스스캔들의 주인공 클린턴의 코를 연구자료로 삼았다는 대목. 클린턴은 거짓으로 판명난 의회증언대목에선 으레 코에 손을 댔는데 그 정도가 유난했다는게 연구팀의 관찰결과였다는 것.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코의 혈관조직이 팽창해 코가 가렵거나 씰룩거려진다는게 의학적인 설명. 이 두개의 경우를 접목해본 결과 무의식중에 코를 긁거나 대화도중에 코를 자주 만지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속설까지 입증했다는 것.

이쯤되면 클린턴의 거짓말은 이제 의학적으로도 실증된 터라 변명할 여지가 더욱 없어진 완벽한 거짓말의 표본이 된셈. 이 잣대로 우리 정치인들의 언행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말할때 코를 만지는 버릇이 있는 정치인들의 수난시대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손을 아예 붙들어 매고 안방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는 해프닝을 연출할 정치인들이 한 둘이 아닐성 싶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