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만걸음을 물러서도

요즘 어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삶의 터전을 상실한 마당이니 오죽 하겠는가. 나오는 것이라고는 한숨밖에 없다는 그들의 말에 안타깝기도 하고 울화통도 치민다.

지난 연초에 국회가 여러 법안들을 날치기 통과시킨 사실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국회 씨름판 한쪽에서 부의장이 무선 마이크를 들고 후딱 해치우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틈에 독도문제와도 관련 있는 한일 어업협정안이 후딱 넘어가고 말았다.

만 걸음을 물러서서, 국내 문제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갸웃갸웃해 보아도 국제협정을 그렇게 처리한 행위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국회 상임위에서는 두 견해가 첨예하게 나뉘었고, 전문가들의 주장도 엇갈리고 있어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통과시켰다.

국제협약 처리는 전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국회에서 논란이 일어나면 그것을 상대 국가에 대한 압력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 국회의 뜻과 여론이 좋지 않으니 그것을 핑계 삼아 상대국가의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 그것은 상식에 속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는 먼저 손들어, 그것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말았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한심하고도 재미있게 지켜보았을까 싶다.

북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어디에 명중되었으면 좋겠느냐는 설문에, 답변한 대학생의 50%가 '국회'라 했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안동대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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