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24개각 이후 실세부서-김중권 실장

청와대비서실 개편으로 청와대 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의 파워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트로이카수석이었던 강봉균 경제.임동원 외교안보.박지원 공보수석이 내각으로 전면배치되고 이 자리를 채운 신임 이기호 경제.황원탁 외교안보.박준영 공보수석이 전임자들 보다 다소 약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 수석들은 소관분야의 장관들을 리드했지만 이들이 내각에 일제히 나가면서 신임 수석들은 일단 대통령의 참모기능에 국한될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따라 내각의 힘이 증대될 것은 불문가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25일 국무회의에서 "모든 일은 총리의 지휘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정책기획수석과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청와대수석들의 영향력이 감퇴됨에 따라 자연 김실장에게 힘이 더욱 실리게 돼 명실상부하게 총괄책임자로서 청와대비서실을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김실장도 청와대수석 인선과 관련, "팀워크를 맞추기 위해 이번 인선은 나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많이 전달했다"고 소개, 사실상 이번 인사에 깊이 관여했음을 시인했다.

정가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그동안 박지원전공보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동교동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변해 줄 인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실장과 동교동계는 외형상 평온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묘한 긴장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정권초기 때처럼 김실장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전수석은 대통령과 매일 독대할 정도로 실세수석으로 평가받아 왔고 김실장과는 전체적으로는 우호관계, 부분적으로는 알력관계도 보인 바 있다. 정가 한편에서 박전수석의 탈(脫)청와대에 김실장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공보비서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박준영수석은 전임 박수석과는 영향력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한편 김실장은 5.24 전면개각의 원칙인 총선출마 정치인의 전원퇴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번 청와대비서실 개편으로 입지가 더욱 확대돼 향후 총선출마 여부와 사퇴시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실장도 내년 총선출마 가능성이 높아 연말이나 내년초쯤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까 관측된다. 어쨌든 역대 비서실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세 비서실장으로 재임 2년이란 장수를 누릴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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