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재 '단체장 출마금지' 위헌결정 의미

27일 헌법재판소가 단체장의 임기중 공직출마를 금지토록 한 공직선거법(53조3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입법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해온 국회의원들의 직역(職域)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렸다는데 의미가 크다.

표면적으로는 단체장의 공직출마를 둘러싼 지방행정의 난맥상을 해소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지난해 4월 법 개정때부터 '잠재적 경쟁자 죽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위헌소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헌재가 단체장쪽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단체장의 공직출마 금지로 야기되는 지방행정의 혼란보다는 민주주주의 실현이라는 '절대가치'가 보다 우선시된다는 판단에따른 것이다.

즉 단체장의 공직출마 금지로 '선심.편파행정'으로 대변되는 지방행정의 난맥상을 차단하는 '단기효과'를 거둘지는 몰라도 결국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자의적으로왜곡시켜 지방자치제의 본질인 '풀뿌리 민주주의'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이 임기도중 다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법률로써 규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판단하고 심판할'민주주의적 과제'라는게 헌재 판단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단체장의 공직출마로 해당 지방의 행정에 혼란이 초래되는 등 부정적측면이 발생하더라도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관점에서는 그 지방 주민들이 스스로 감수해야할 문제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단체장의 공직출마 금지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상당히 작은 반면 민주주의 실현에 미치는 불리한 효과는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선거의 공정성 확보면에서도 이 조항이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것이 헌재의 해석이다.

이미 공직선거법 53조가 '선거전 공직사퇴조항'을 둠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단체장의 공직출마 금지라는 '옥상옥(屋上屋)'이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선심.편파행정'이 두드러진 단체장 재선과 비교할 때 형평에 크게 어긋난다는 점이 위헌판단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직위를 이용,행정조직을 '수족'다루듯이 재선운동에 동원해온 사례가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재선은 허용하면서 다른 선거에의 출마를 금지하는 것은 자의적 법 개정이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와관련, "지방행정을 선거에 남용하는 것은 단체장 재선에서 오히려크다"며 "재선은 허용하면서 국회의원등 다른 선거에의 입후보를 금지하는 것은 자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단체장의 선심.편파행정이 심화돼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방자치제를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김용준(金容俊).정경식(鄭京植)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단체장이 임기중 선거구가 관할 지차제와 같거나 중복되는 지방의회 및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없도록 하는 범위내에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혀 단체장에 대한 무제한적인 출마허용이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지자체장이 임기중 일관되게 직무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적 효과는 지자체장의 피선거권에 비해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한편 헌법재판소가 27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중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출마 금지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현역 국회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이 규정의 합헌의견서 제출을 위해 서명작업까지 벌였던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이 정치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며, 형평성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특히 여권의 의도대로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면 현역 의원보다 유권자들과 접촉을 많이 갖는 자치단체장들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단체장들의 출마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헌재의 결정인 만큼 승복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내려진 것"이라며 "단체장들은 임기 내내 대민접촉을 통해 '매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주는 반면 의원들은 선거일전 16일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의원도 "헌법정신은 그럴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막강한 조직과 자금을 갖고 있는 단체장들이 출마를 하게 되면 전국적인 행정공백이우려된다"면서 "또한 자치단체장 자리를 의원이나 대통령 출마를 위한 전 단계로 생각하게 될 경우 지방자치 정신이 아예 실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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