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 글 길라잡이(3)-독자들에게…

'공부한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건강한 정서, 건강한 도덕, 건강한 지식을 통해 건강한 인간이 되는 과정이다'라고 철학자 이정우 교수는 말한다. 위대한 자연을 화폭에 옮기면서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인 친화성을 익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영혼을 맑게 만들고, 문학을 통해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공부라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해방이후 생산성과 창의성을 제고한다며 수없이 교육개혁을 시도했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과 암기위주 학습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용하게 대학에 들어가도 취직을 위해 토플, 토익, 컴퓨터에 많은 시간을 바쳐야하며, 일반상식을 달달 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공부한다'라는 말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물적 생존활동에 다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사실과 법칙은 잘도 암기하지만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과정을 음미하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다. 공부든 일이든 오로지 결과만이 중요하다. 점수와 당면한 실용적 목적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무시되고 제외된다. 인문적 교양은 외면한 채 이렇게 철저하게 기능주의 교육을 중시한 결과는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건강한 사고가 결여된 기능적 인간들이 건축 기사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문필가와 영화 감독이 되자, 부실 공사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저질의 작품과 영화가 청소년과 철없는 어른들을 병들게 했다.

매일논술이 기능적·기교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도록 연구·출제진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지만, 학생, 학부모, 지도교사들도 이 지면을 생산적으로 활용해 주길 소망해 본다. TV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고, 만화로'삼국지'를 읽고, 소설로 철학을 공부하고, 영화로 고전작품 읽기를 대신하는 천박함과 가벼움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논술 강의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공부와 미래지향적 삶을 위한 참신한 자극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墨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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