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 31일 '신학적 변론'세미나

사형은 '또 다른 살인'인가 아니면 '필요악'인가.지난 48년 건국 이래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모두 979명. 매년 평균 20여명꼴이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사형제도 폐지 운동이 천주교계를 중심으로 불붙고 있다.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부하는 반생명적인 '사법 살인'이며 인간의 오판가능성, 실효 없는 범죄 예방 효과를 염두에 두면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사형폐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석희주교)는 오는 31일 '인간 존엄성과 사형제도 폐지'를 주제로 서울 천주교중앙협의회(CCK)에서 세미나를 연다.

이 자리에서 효가대 신학대학의 김정우신부가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한 신학적 변론'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김신부는 사형제도의 역사와 문제점 등을 신학적으로 접근, '제도적 살인'의 중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형제도의 신학적 문제는 국가가 과연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신적인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데 있다는 것.

구약성서에 나타난 사형제도는 대부분 '피의 보복' 형태. 그러나 신약성서에서는 이미 자비와 용서, 사랑으로 포용하라고 강조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김신부는 오늘날 사형제도의 첫번째 문제점은 비인간성이라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사형이 범죄를 줄여주었다는 증거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곳이라면 인종, 민족, 종교 및 소외 집단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집행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미국의 경우 백인을 살해했을 때가 흑인살해 보다 9배정도 더 많이 사형에 의해 처벌됐다. 지난 82년부터 83년 사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을 죽인 81명의 흑인중 38명이 사형을 당한데 비해 백인을 죽인 52명의 백인중엔 단 한명만 사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 국가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적용되는 것을 보여주는 예.

사형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국가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니라고 지적, 국가가 국민을 죽일 수 있다는 법이 있는 한, 그 사회에서 인간생명의 존중이라는 그리스도적 근본 이념이 뿌리내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신부는 "인간은 국가의 소유물이나 재산이 아니기에 국가의 목적만을 위한 개인 생명의 희생은 허락될 수 없으며 그래서 사형만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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