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들판에 어린 모 대신 '모심기 거부'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어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경남도연합회는 현정부가 지난 대선 때 공약한 농가부채의 획기적 경감조처 등의 농정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모심기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거센 반발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농련은 지난 1일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한 논에서 '1시군 논 1필지 모 안심기 운동'결의대회를 갖고 이날 발대식을 가졌다.
이들은 현정부가 대선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농정실패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등 오히려 농민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모심기 거부운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는데 농업인이 논에 벼를 심지 않는 것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 아닙니까"
빚을 내 빚 갚는 농가부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며 나날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부채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연대보증으로 한 마을이 파산하는 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절규의 한부분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70년대부터 시작된 중공업정책 때문에 농업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농산물 수입 개방 여파와 함께 과잉생산, 가격폭락이 되풀이되면서 농가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 앞에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가 농사 포기를 요구한다면 우리가 앞서 스스로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논에 모를 심지 않은 '농민의 양심' 때문인지 휴경지 경작 등 식량 증산 시책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농민 본연의 자세는 잊지 않고 있어 순박한 이들에게 무엇이 이토록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했는지 안타깝게도 한다.
정부도 물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IMF체제라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도 그나마 일정의 농가부채에 대해 금리인하 등의 조처도 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국난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농민들도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며 그런 불만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정부측 해명이다.
그러나 '모내기 거부' 현수막을 바라 보면 잘 자라야 할 벼가 하루 빨리 벼논에 심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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