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일가족 3명 단식 아사

대구시 동구 효목동 유씨 일가족 자살사건은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면서 집단 환각증상을 나타냈으며 수년간 외부와 일체의 연락을 끊고 집이나 기도원에 은신한 채 고립된 신앙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의 부인 윤씨가 '진정서' 형태로 남긴 글에 따르면 이들의 '은신생활'이 시작된 것은 지난 94년 쯤. 윤씨는 진정서에서 "시어머니(당시 80세)가 94년 쓰러져 크게 다치면서 '어둠의 세력'이 가정에 침투, 가끔 교회에 나간 것 외엔 정상 생활을 못해왔다"고 썼다.

윤씨가 지난 94년부터 95년까지 다녔던 모교회 목사와 신도들에 따르면 윤씨는 가끔 교회에 나온 것을 빼면 다른 사람과 교제하지 않았으며 가끔 '마귀가 보인다'고 호소하는 등 환각증상을 겪었다는 것.

이전에도 윤씨는 인근 다른 교회에 다니면서 '마귀의 시험'에 들어 교회를 옮겼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교회를 옮겨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신도 박모(52)씨는 "윤씨는 목사와 신도들의 방문을 거절했으며 지난 95년 쯤 "시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낸뒤 교회에도 발을 끊었다"고 말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유씨 가족은 지난 97년 모 기도원에 입소해 은신생활을 하다 지난해 8월 쯤 효목동 집으로 돌아왔으나 전 가족이 골다공증, 두드러기, 물집 등의 질병을 앓았으며 차남 유씨도 지난 97년 제대한 후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칩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아는 목사를 통해 생필품을 공급받아 왔다는 것.

동구청 직원 도모씨는 차남 유씨가 예비군 훈련에 계속 불참하자 지난해 12월 유씨의 집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리며 "전가족이 각각 자기 방에 누워 있었으며 용변도 방에서 보고 밤에 일어나 기도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유씨 집 부근에 사는 주민 김모씨는 "1년 전부터 유씨 집에서 새벽마다 다듬이질 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며 "이들은 최근 집 밖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차남 유씨가 예비군 훈련 불참으로 고발당하자 윤씨는 이를 '귀신의 저주'로 생각, 대통령과 사령관 앞으로 돼있는 진정서에 "단식을 통해 하나님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아들을 예비군 훈련에서 면제해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차남 유씨는 2일 자기 집 부근에서 탈진한 채 쓰러져있다 인근 파티마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뜻모를 소리를 중얼거리거나 찬송가를 되풀이하는 등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편 숨진 유씨는 지역 경찰서에서 형사 생활을 해왔으며 지난 93년 사직한 뒤 동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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