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일 현충일…대구시 남구 임일재씨

열여섯이던 50년 8월 학도병으로 참전, 6사단 수색대에 배속돼 휴전때까지 수백여회 작전에 참가했던 임일재(64.대구시 남구 이천동)씨는 올 현충일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자신이 직접 노획한 김일성의 리무진 차량을 수소문 끝에 찾아낸데다 손자들에게 전쟁의 참혹성을 보여주기 위해 직장퇴직 이후 5년여간 정리해온 '수색일지'까지 완성했기 때문. 김일성의 리무진 차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80년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삼성항공측에서 보관하고 있다.

"50년 10월22일 평안북도 희천방면으로 수색작전을 나가던 중 대원 10명과 함께 김일성의 리무진을 발견했죠. 8기통 소련제로 굉장히 큰 차였는데 스탈린의 선물을 강변에 버리고 갔으니 꽤나 급했던 모양이죠"

노획의 기쁨도 잠시, 중공군의 참전으로 임씨의 수색대는 후퇴를 거듭해야 했고 수많은 노획품과 군수품을 수송할 여력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리무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폭파, 폐기처분해야 했다. 특히 아군의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전장에는 UN군이 북한지역에 곧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란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했고 이 소문을 들은 피난행렬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갔다.

"서둘러 남쪽으로 내려가려는 피난민들은 원자폭탄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결국 무질서로 이어졌고 이산가족이 많이 생기게 됐습니다"

50년 8월 경북 영천군 화산면사무소에서 임씨와 함께 입대했던 학도병 동기들은 모두 60여명. 그러나 1.4후퇴 때는 6명밖에 남지 않았고 휴전때에는 1, 2명에 불과했다.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어서 희생이 더 컸던 것.

"최근 빚어졌던 병역면제 비리는 저희를 슬프게 합니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오늘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보다 나아야 하는데 기성세대들이 잘못 가르치고 있는 탓입니다. 저희는 김일성의 차와 총을 노획했지만 오늘의 청년들은 통일을 노획할 걸로 믿습니다"

임씨는 수색일지를 보완, 6.25발발 50주년이 되는 내년 출판할 꿈을 키우고 있다.〈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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