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무산

증권투자를 하다 피해를 본 사람 가운데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경우 똑같은 피해자에게 보상토록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안'이 당초 계획했던 내년 1월에 도입될 수 없게 됐다.

8일 재정경제부와 법무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4일 국민회의 제출로 법사위에 계류중인 이 법률안에 대해 법무부,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법원행정처 등 각 부처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내년 1월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법률의 국회통과와 도입시기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이 제도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증시에도 민감한 영향을 끼치므로 당장 도입하는 것은 힘들다는게 각 부처와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배적 의견이었다"면서 "현재 각 부처가 적극찬성하더라도 시행령, 시행규칙 작업 등으로 내년 1월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특정 판결을 소송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당사자 위주의 민사소송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소송 남발 등의 문제들도 있어 국민회의가 제출한 법률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국회에 전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법안을 내놓은 국민회의 한 전문위원은 "법률안은 소송 대상으로 유가증권 신고서, 공개매수 신고서, 사업보고서 등의 허위기재나 이를 묵인, 방조한 경우로 제한해 정하고 있다"면서 "각 부처들은 경제안정을 위해 이 정도의 불법은묵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제도가 도입되면 내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만큼 오히려 증시가 활성화된다"면서 "힘없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혁입법이 수포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IBRD가 도입을 적극 요구했던 사항이어서 이 제도 도입의 무산이 대외적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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