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병무청장의 인터뷰 거절

김대중 정부는 지난 달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에서 '몸집 불리기'와 '언론 길들이기'라는 따가운 여론을 뒤로 한 채 '국정홍보처'를 신설했다. '공보처'를 폐지한 지 1년여만에 다시 유사 부처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각종 정부 정책의 입안 목적과 집행 과정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정권 핵심부의 판단이 작용하면서 이뤄진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병역비리 문제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병무청의 태도는 정부가 여론을 외면하면서까지 추진중인 '국정 홍보 정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느낌이다.

지난 달 26일 임명돼 8일 오후 초도순시차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을 방문한 오점록(56) 병무청장.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 따르면 오청장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대구·경북지방병무청 방문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자체보안을 유지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초도순시 일정을 입수해 인터뷰 요청을 한 기자의 요구에 '절대불가'를 통보해 왔다. 그 이유는 연이은 병무비리로 인해 청장이 국민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는 데다 이미 부임때 업무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지방에서까지 따로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잇따라 불거진 병무비리 사건으로 인해 병무행정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입을 다물어버린 병무청장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적지 않다.

특히 지금까지 각종 병무 관련 자료가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언론의 감시를 받지 못하면서 병무청 내부의 비리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는 사실을 병무청장은 잊어버린 듯 했다.

새롭게 알릴 내용이 없다고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고위 공직자의 태도는 어느 자리에서건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겠다는 정부 입장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신도 쌓이게 한다는 점에서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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