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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세상이 좁아졌다. 이제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다른 나라를 의식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를 판단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그 나라의 민족성이다. 인식하고 있는 민족성을 바탕으로 그 나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민족성에 관한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비행기가 몇 분 뒤에 폭발할 위험에 처해 있어서 승무원이 승객들을 바다위로 뛰어내리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를 가정하자. 어떻게 하면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리게 할 수 있을까. 먼저,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고 다혈질적인 이탈리아인에게는 뛰어내리는 것도 예술이라 해야 한다. 영국인은 누가 뭐라 하든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한다. 명령에 죽고사는 독일인에게는 명령이라고 말하면 될 테고 중국인에게는 물론 뛰어내리면 돈을 주겠다고 해야 한다.

커피에 파리가 빠졌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이탈리아인은 잔 채로 버리고 프랑스인은 커피만 쏟아 버린다. 영국인은 파리를 건져내고 마시며, 독일인은 파리에 묻은 커피까지 탁탁 털어 마신다. 중국인은 파리조차 요리해서 먹는다.

이 두 경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비유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 경우 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내키지 않지만 설명을 덧붙인다면, 그런 우스갯소리는 우리 민족이 눈치껏 행동하는 기회주의자라는 판단을 기준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이 비유는 어떤 단면을 이야기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를 그런 기준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영 개운하지가 않다. 국제 사회에서 신용은 가장 큰 재산이다. 어떻게든 우리를 안심하고 믿게 하는 것이, 당장 몇 백만 달러 어치의 수출 계약을 맺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를 신용을 잘 지키는 믿을 수 있는 민족으로 판단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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