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즈카페

16일 오후 8시.경북대 북문근처의 재즈 카페 '마크 6'.

대학생인듯한 손님들이 하나 둘씩 문을 밀고 들어선다.

10여명의 손님이 좌석에 앉자 주인인 김재준(30·앨토 색소폰)씨와 정훈(27·소프라노 색소폰), 남현욱(26·테너 색소폰)씨는 주섬주섬 잼(연주자들이 즉석에서 모여 연주를 하는 것)을 준비한다.

매주 수요일은 '마크 6'에서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곳에서 400~500m떨어진 '테이크 파이브'의 밤 9시30분.

재즈 카페로는 상당히 넓은 홀에 20여명의 손님들이 흩어져 앉아 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루이 암스트롱-엘라 피츠제럴드의 '포기와 베스'.손님들 취향에 따라 퓨전이나 영화음악 등을 틀기도 하지만 역시 주종은 50, 60년대에 유행한 밥(bop)과 하드밥(hard-bop)이다.

재즈만을 전문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재즈 카페.

록카페나 힙합카페처럼 젊음이 들끓는 곳은 아니다.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조용한 젊음.

연주나 음악에 대한 반응도 겨우 발로 박자를 맞추는 정도로 소극적이며 대개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골똘하게 음악에 빠져있다.

그러나 옛날 마니아들은 이곳을 찾는 주고객이 의외로 젊은 층이라는 데 놀란다.그만큼 '재즈'라는 음악이 각종 매체의 발달과 많은 정보로 인해 넓게 퍼져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다만 한때 반짝하는 유행보다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하나의 음악장르로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유행처럼 번지던 재즈카페는 대충 정리가 되고 지금은 10여개만 남아있다.그러나 재즈음악 수요층의 한계로 인해 1, 2개 업소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즈 카페는 '올드 블루'(박재수·427-8927).

90년대초반 대구재즈모임 회원들의 모임장소였던 '올드 뉴'에 이어 95년말 이전확장개업(?)해 록 카페와 재즈 카페로 분리해 운영된다. LP와 CD를 합해 2천여장의 재즈 음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관웅, 이정식, 김준씨 등 국내 최고의 재즈맨들이 라이브 공연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재즈 카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독특한 이름의 '붕어'(이선기·424-1766)는 97년 4월 문을 열어 50, 60년대의 정통 재즈만 고집하는 곳이다.

'마크 6'외에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에마농'(문동준·428-0257)과 'OB캠프'(정일수·765-2600) 정도.

목요일과 토요일 늦은 시간에 '에마농'에 들리면 '마더 텅'과 '저스트 어스'가 출연해 듣기 쉬운 퓨전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다. 'OB캠프'는 젊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긋한 올드 팬들의 재즈 감상장소이다.

이밖에 수성구 범물동의 '제제벨'(박재주·784-5222), '올드 스탠드'(윤재철·427-3601)등이 4, 5년째 재즈 카페의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에마농'의 문동준 대표는 "재즈를 듣는 층이 상당히 젊어졌고 단골 고객들이 많다"며 "젊은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하나의 취미로 빨리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鄭知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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