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선 인터넷 뜬다

이동전화 단말기의 액정화면상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늘씬한 미녀들이 해변을 뛰어다닌다. 단말기를 들여다보던 남자는 자신도 화면속에 빠져들어가 함께 뛰노는 착각에 빠진다. 이때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단말기를 빼앗아들며 '얘는 틈만 나면 인터넷이야'하며 면박을 준다. 한 이동전화업체의 TV광고 시나리오다.

이동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각 사업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전자상거래를 하고 주가조회 및 거래가 가능한 '무선 홈트레이딩'으로 서비스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또 이동전화 단말기와 노트북PC를 연결하는 무선인터넷 및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10초당 14~15원대로 50%가량 낮추며 시장 선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체들이 무선데이터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한 까닭은 가입자 1천700만명을 넘어선 이동전화 시장에서 음성통화만으로는 고객 확보나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인터넷 접속에 한계가 있는 기존 단말기를 보완하는 PDA(개인휴대단말기)나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도 무선데이터 시장 확장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스마트폰은 이동전화에 노트북 또는 PDA를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기존 서비스와는 달리 기본적인 음성통화는 물론 인터넷 검색, 개인정보관리, 전자우편 송수신, 증권정보 및 주식매매 확인, 입장권 예매 등이 가능한 첨단 이동전화 단말기.특히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스마트폰이나 PDA를 통해 주가정보, 매매주문을 할 수 있는 '무선 홈트레이딩'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011), 한솔PCS(018), LG텔레콤(019) 등은 증권사들과의 제휴 계약이 체결되는대로 6, 7월중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통신프리텔(016)은 PDA나 스마트폰과 같은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없이 기존에 출시된 단말기만으로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사이버 비즈니스(CyberBiz)'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실시한다. '사이버비즈'는 기존 한통프리텔의 핸디넷 서비스에 접속해 증권거래, 이동뱅킹, 홈쇼핑 등이 가능토록 한 것. 증권거래는 7월부터 대신증권을 시작으로 시중 10여개 증권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이동뱅킹은 시중은행과 협의가 끝나는 7월중순부터, 교통편 예약과 영화 및 콘서트 예매서비스는 8월부터, 이동전화로 직접 물건을 주문하는 홈쇼핑은 9월부터 각각 상용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LG텔레콤(019)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삼성물산 인터넷 쇼핑몰(www.samsungmall.co.kr)에 접속, 전자상거래를 하는 서비스를 이달 중 실시한다. 또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을 통해 원하는 책을 10일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서비스 이용요금은 현행 무선데이터 요금과 마찬가지로 평상시 10초당 15원, 심야 및 새벽에 4~10원이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및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먼저 사업자들의 광고만 요란할 뿐 실제 서비스는 극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기술 언어'에 대한 표준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이동전화 단말기만 있으면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운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허위', '과장'의 소지가 있다는 것. 무선인터넷 언어는 스웨덴 에릭슨사의 WAP, 마이크로소프트의 HTML, 영국 UP사의 HDML 등이 세계 표준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기존 단말기로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탓에 사업자측 예상과는 달리 무선 인터넷 이용자는 극히 미미하다. 또 이동전화 단말기 구입비용이 30만~5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인터넷 접속용 PDA를 20만~30만원을 주고 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단말기 액정화면에서 뛰노는 비키니 미녀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광고속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에서 이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받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직 불가능하다. 때문에 당분간 무선인터넷 접속은 단순한 문자서비스를 받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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