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쟁점리뷰-포스트 모더니즘

현대를 흔히 포스트모던 시대라고 한다. 뜨거운 쟁점이자 유행어였던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모더니즘과의 차이, 그리고 문제점들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모더니즘의 첫 번째 특성은 근대화(modernization)이다. 모더니즘의 기본적 이상은 19세기의 구습에서 벗어나 근대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20세기 초에 세계 각국은 모더니즘의 이념하에서 근대화라는 유사한 과정을 밟으며 서로 보편적인 가치와 문명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더니즘의 이상은 곧 후진국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통상강요와 식민지 건설, 기독교의 전파 등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모더니즘은 결국 서구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바로 그러한 폐해에 반발해 서양과 다른 지역, 고유한 자국문화와 세계문명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그 명제로 삼는다.

모더니즘은 산업화, 도시화, 기계화를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소외와 인간성 상실을 가져왔고 획일성을 강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그와 같은 것에 반발해 도시와 시골의 조화를 추구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테크놀로지의 오용을 경고하며, 인간적인 것을 중시하고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적 인식을 고양시킨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공학의 비윤리성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모더니즘은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으로 상정하고 자신을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제국주의와 서구문명 우월론은 바로 그와 같은 착각의 소산이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중심이나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변을 포용하고 상대적 진리들에 새로운 조명을 가한다.

모더니즘은 고급문화, 순수문화, 엘리트문화를 수호했으며, 예술의 지고성과 예술가들의 천재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그것에 반발해 대중문화를 옹호한다. 모더니즘이 예술을 박물관과 미술관과 음악당에 보관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그것들을 거리로 내놓아 대중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갖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대중문화를 저급화, 통속화시킬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변질 혹은 악용될 때, 가령 포르노 소설같은 것들이 예술의 탈을 쓰고 당당하게 등장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와 예술의 상품화를 가속화시키며 문화적 제국주의를 낳을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예술과 문화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이를 둘러싼 판매경쟁이 벌어지고 급기야 문화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비이성주의, 비합리주의를 예찬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처럼 이성주의와 합리주의를 아직 제대로 꽃 피워 보지 못한 사회에서 비이성과 비합리를 주장할 수 있을 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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