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사회유 폭력배 협박 여성 공무원이 맞섰다

"아내가 부녀복지계장으로 발령난 뒤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청소년 수련시설'씨랜드'의 인.허가와 관련, 만 이틀간 경찰조사를 받고 5일 새벽 풀려난 화성군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40.여)씨의 남편(43.공무원)은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회한 때문인 듯 눈물부터 글썽였다.

이씨가 장안면사무소에서 군 부녀복지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 97년 7월.당시 체육청소년계가 통폐합되면서 넘어온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운영허가 업무를 맡게 된 이씨는 새로 맡은 업무를 익혀갈 즈음인 97년 9월부터 상사인 강호정(46)사회복지과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씨랜드가 접수한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허가 신청서를 즉각 처리해 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무계장인 이씨는 진입도로가 확보돼 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가 조건에 맞지 않아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버텼고 이후 강 과장과 씨랜드측의 회유와 협박이 집요하게 이어졌다.

"당신이 군수야, 뭐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허가가 안되면 안되는 법을 찾아오란 말이야"

이씨가 경찰에서 밝힌 강 과장의 협박으로,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험상궂게 생긴 폭력배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무언의 협박을 가했으며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전화가 집으로 걸려오기도 했다.

이씨 부부는 협박에 시달리던 끝에 집을 비워두고 친척집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며 협박에 굴하느니 차라리 직장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지난해 설날연휴를 앞두고 강 과장이 '씨랜드에서 보내온 것'이라며 10만원짜리 수표 5장이 든 봉투를 던져주고 가 곧바로 은행계좌번호를 확인해 씨랜드에 돌려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이씨는 그동안의 심경을 그때그때 적어두었던 비망록을 조사가 시작된 지난 3일 경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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