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미덥지 못한 합당 포기

최근 돌출된 소위 신당설은 김종필총리의 합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자회견으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없었던 일로 되어 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여권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는 여권이 국민을 너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과 합당설 부인 또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총리는 합당을 부인했지만 청와대측은 이에 대한 가타부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우리는 내각제 연내 개헌 불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어 국민과의 약속인데 너무 쉽게 저버리는 소위 정략적 조치가 아니냐하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던 터에 이번에는 신당창당설이 튀어나왔다. 사실 국민은 정말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신당이나 합당은 그 어떤 명분을 내걸더라도 술수정치라든가 야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이념적으로 뭉치는 정당이 아니고 이해관계나 지역정서 그리고 정치적 야합에 의한 합당만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제3의 세력이 합쳐 하나의 당을 만들려 했던 신당 역시 보수와 진보가 합치고 호남과 충청이 기둥이 되어 합치는 혼탕정당이라는 점에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의 비판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당 추진도 또 포기선언도 모두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정략적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하겠다.

게다가 신당추진은 명분도 뚜렷하지 못했다. 과거 91년 인기가 낮았던 평민당을 재야세력을 모으면서 신민당으로 재창당하여 위기를 돌파한 적이 있다. 이번 역시 이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또 90년당시 3당통합때는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황금분할 구도를 깬 정치적 야합이라고 소리 높였던 국민회의측이 이제와서 스스로 그 논리를 이유없이 뒤집는 꼴이다. 그러므로 신당추진은 내각제연기 문제와 민심이반 현상을 극복하기위한 정치적 게임이 될 뿐이었다. 이번의 일련의 혼란을 계기로 우리정치도 이제 밀실정치, 보스정치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을 가는 정도정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총리도 이번을 계기로 내각제 개헌문제를 공론화 한다고 언급했다. 이것을 보더라도 모든 것을 보스가 밀실에서 결정하기 보다는 국민적 지혜와 합의를 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이 명확해 졌다.

민심이반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개혁보다는 비개혁적으로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민심은 일시적으로는 조종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종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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